[이종석 기자의 온사이드]오늘도 뛴다, 49세 현역 미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3일 03시 00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43·마이애미)는 자신의 등번호와 같은 51세까지 선수로 뛰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이치로가 특출한 타자라고 해도 쉰 살이 넘어서까지 프로에서 통할 정도의 체력과 경기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야구보다 체력 소모가 더 많은 축구에서 나이 50을 눈앞에 둔 현역 프로 선수가 있습니다. 일본의 축구 영웅 미우라 가즈요시(요코하마FC·사진)입니다. 1967년생인 미우라는 올해 49세입니다. 한국식으로 나이를 따지면 50세입니다. 21일 FC서울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황선홍 감독보다 한 살이 더 많습니다. 19일에도 일본 프로축구 J2(2부) 리그 경기에 출전한 미우라는 자신이 보유한 J리그 최고령 출전 기록을 계속 늘려 가는 중입니다.

미우라는 기록 경신을 위해 경기 출전 자체에 의미를 두는 선수가 아닙니다. 미우라는 19일 경기에서 선발로 나섰습니다. 그리고 골까지 넣었습니다. 미우라는 이 경기에서 헤딩슛으로 올 시즌 첫 골을 터뜨렸습니다. 지난해 6월 이후 1년 만에 터진 골로 당연히 J리그 최고령 득점입니다. 미우라는 지난해 리그에서 3골을 넣었습니다. 아직까지 20, 30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정도의 기량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감독이 경기에 출전시키는 것입니다. 미우라는 지금도 체지방률이 9%로 20, 30대 선수들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한 선수입니다. 참고로 J리그 1∼3부 전체 선수의 평균 나이는 25.7세입니다.

2부 리그에서 뛴다고 해서 미우라의 최고령 기록 가치를 낮춰 볼 것도 아닙니다. J리그는 승강제가 있기 때문에 J2 리그 팀이 J1(1부) 리그로 올라가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축구 국가대표팀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과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이용재(교토상가FC)도 J2 리그에서 뛰고 있습니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올림픽 대표팀에도 J2 리그 선수가 2명 있습니다.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미우라는 지금도 인기가 많습니다. 요코하마FC 구단은 홈페이지의 유니폼 판매숍 코너 메인 화면을 미우라 사진으로 장식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경기가 있는 날이면 가장 많은 사진기자를 몰고 다니는 선수가 미우라입니다.

1986년 브라질의 산투스에서 데뷔해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등을 거친 미우라는 올해로 프로 무대 31년째입니다. 1990년대 일본 축구의 아이콘으로 통했던 미우라이지만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를 89경기나 뛰었지만 월드컵 본선 무대는 밟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하는 브라질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나가고 싶어 했습니다. 올해 초 미우라는 와일드카드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밝혀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미우라는 헤딩 골을 넣은 19일 경기가 끝난 뒤 “다음에는 발로 골을 넣겠다”고 했습니다. 발끝에서 터지는 미우라의 시즌 2호 골을 기대합니다. 요코하마FC는 26일 마치다 젤비아를 상대합니다. 미우라의 축구는 계속됩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미우라 가즈요시#요코하마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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