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호날두 활약에 유로16강 턱걸이…“세 번이나 집에 갈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3일 17시 17분


23일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헝가리의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16 F조 조별리그 최종전은 화끈한 공격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번 대회에서 약체 팀들이 수비 위주의 전술을 구사해 재미를 반감시켰다는 비판을 받은 것과 달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공동 20위 헝가리는 8위 포르투갈을 상대로 공격으로 맞불을 놓았다. 1-1로 시작한 후반에는 헝가리가 골을 터뜨리면 포르투갈의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동점골로 따라붙으며 난타전을 이어갔다. 3-3 무승부로 끝났지만 화려한 골과 조별리그 무득점에 시달렸던 호날두의 부활 등은 최고의 볼거리가 됐다.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축구계의 격언을 증명한 헝가리는 조 1위로 16강에 올랐고, 3위 포르투갈은 와일드카드로 16강에 턱걸이했다.

이날 2골을 넣은 호날두는 사상 첫 유로 본선 4회 연속 득점 기록과 본선 최다 출전 기록(17경기)을 세웠다. 또 본선에서 통산 8골을 넣어 개인 통산 최다 득점 기록(9골·미셸 플라티니)에 1골 차로 다가섰다. 2무로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렸던 포르투갈은 호날두의 활약 덕분에 16강에 진출했다. 호날두는 “우리는 오늘 헝가리에 골을 내주면서 세 번이나 집에 갈 뻔했다. 험난한 해협을 건너 행복하다”고 말했다.

포르투갈과 헝가리의 경기가 더욱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이번 대회가 지루하다는 혹평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로 2016은 참가국이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확대되면서 그동안 본선에 나오지 못했던 유럽 축구 약소국들이 합류했다. 전력이 약한 팀들이 노골적으로 수비에 치중하면서 대회 전체 득점이 줄어들었다. 4년 전 대회 때 2.45골이었던 경기당 득점은 이번 대회에서 1.92골로 떨어졌다. 또 각 조 3위 중 성적 상위 4팀이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오를 수 있게 되면서 3위안에 들기 위한 소극적인 수비 중심의 전술이 득세했다. 이 때문에 수비 축구에 막혀 고생했던 팀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호날두는 아이슬란드와의 1차전에서 1-1로 비긴 뒤에 “아이슬란드는 골문 앞에 버스를 세워둔 것 같았다”고 비난했다.

CNN은 ‘늘어난 참가국이 대회의 질을 떨어뜨렸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참가국 확대로 경기 수와 대회기간이 늘어나면서 체력적 한계에 봉착한 스타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페인 대표팀 출신인 가이스카 멘디에타는 “유럽축구연맹(UEFA)은 선수들도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소속팀에서 한 시즌동안 60~80경기를 치른 선수들이 유로에서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는 없다”며 “유로 경기의 재미를 되찾고 명승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경기 수를 줄여 질을 높이는 방법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 참가한 축구계에서는 벌써부터 참가국 수를 원 상태로 돌려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요아힘 뢰브 독일 감독은 “유로의 이상적 참가국 수는 16개국이다”고 말했다. 유럽 축구 발전을 위해 유로의 양적 확장 정책을 택한 UEFA가 팬들을 흥분시키는 화끈한 공격 축구의 실종과 경기력 저하 등의 부작용으로 고민에 빠지게 됐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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