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등판서 구속 140km 초반 그쳐… 140km 후반 안나오면 복귀 무의미
어깨 수술 받은 투수들 통증 두려워 마지막 5km 남기고 전력투구 주저
공격적 노력없인 구속 회복 힘들어
“그것밖에 안 나왔어요?” 24일 류현진(LA 다저스)의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 소식을 들은 한 트레이닝 전문가는 안타까운 듯 말했다. 류현진은 이날 4이닝 동안 77개의 공을 던지며 8실점했다. 투구 수와 실점은 그의 안중에 없었다. 오직 89마일(약 143km)로 측정된 최고 구속만 문제 삼았다. 류현진이 구속에 대한 언급 없이 “아프지 않고, 투구 수를 늘린 데 만족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그는 “뭔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재활의 마지막 단계에선 구속, 투구 수, 회복 시간 등 3박자가 갖춰져야 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구속이다. 적정 속도가 나오지 않으면 복귀는 무의미하다. 구속이 떨어지면 곧바로 난타당한다. 아프지 않고, 많이 던질 수 있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뒤늦게 구속을 올리려고 과욕을 부리면 부상이 도진다.
트레이닝 전문가들은 류현진이 최고 구속을 148km 정도로 끌어올려야 복귀할 수 있다고 본다. 수술 전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153km)에서 5km 정도 적은 수치다. 그런데 이 5km는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집중력과 긴장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평균 구속이 88마일(약 142km)은 돼야 메이저리그에 올릴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류현진의 빅리그 평균 구속은 147km 정도였다.
류현진은 지난해 5월 수술 직후 늦어도 1년 안에 복귀하겠다고 말했다. 약속한 1년이 지났지만, 류현진은 아직도 마이너리그를 맴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깨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트라우마’에 붙들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또 아프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 때문에 구속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속은 자연스럽게 회복되지 않는다. 마지막 단계에서 최고 속도를 회복하려면 아주 강하게 던지면서 어깨와 주변 근육을 키워야 한다. 그 과정은 근육통 등을 수반한다. 통과의례다. 그런데 트라우마가 있는 선수들은 그 통증을 부상 재발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5km를 남겨 놓고 ‘던졌다 멈췄다’를 반복한다. 5km는 통곡의 벽이 된다.
주변에서 아무리 조언해도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안 아파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적당한 힘으로 던지게 되고, ‘안 아프니까 좋다’고 만족한다. 무의식적으로 재활의 목적을 ‘통증 없는 투구’로 설정해 버린다.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말이다. 어깨 수술을 받은 적잖은 선수들이 그렇게 2년가량을 허송세월한다.
투수들이 5km의 벽을 넘을 때는 대부분 방출 위기감을 느꼈을 때라고 한다. 더 물러설 곳이 없을 때 이를 악물어 보는 것이다. 다저스 구단의 태도도 그렇고, 팬들의 여론도 조금씩 싸늘해지고 있다. 아프지 않다면, 류현진도 용기를 낼 때가 됐다. 다시 좋은 공을 던지기 위해 수술을 받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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