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영 기자의 보너스 원샷]세대교체 바람 뚫은 31세 하승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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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잦아 대표팀과 인연 없던 ‘거인’… 허재 감독, 예비 엔트리에 전격 발탁
“국제무대서 상대에게 큰 위압감 줘, 후배들 장점 살리는데도 꼭 필요”

남자 농구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221cm의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KCC·오른쪽). 동아일보DB
남자 농구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221cm의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KCC·오른쪽). 동아일보DB
남자 농구대표팀 허재 감독이 세대교체 차원에서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꾸린 대표팀 예비 엔트리 24명 중에서 눈에 띄는 선수는 키 221cm로 국내 최장신 센터인 하승진(31·KCC)이다. 하승진은 센터 포지션에서 이종현(22), 강상재(22·이상 고려대), 김준일(24·삼성), 김종규(25·LG), 최부경(27·상무)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하승진은 허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던 2011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회 이후 대표팀에서는 제대로 뛰어 보지 못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를 앞두고는 체력이 올라오지 않아 스스로 대표팀에서 빠졌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 진출권이 걸렸던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는 대표팀 훈련 중 부상을 당해 대회에 나가지 못했다. 당시 하승진은 첫 훈련에 합류할 때 “대표팀에서 ‘하승진’의 이름값이 많이 떨어졌다”며 의욕을 보였지만 훈련이 계속될수록 컨디션은 오히려 떨어졌다.

하승진은 육중한 체격 때문에 생긴 퇴행성 관절염과 퇴행성 디스크를 안고 뛰고 있다. 양쪽 발목은 인대가 거의 다 끊어졌다. 지난 시즌에는 KCC 추승균 감독이 출전 시간 등을 배려해줘 시즌 막판까지 활약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부상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다. 최근에도 발목이 좋지 않아 기본적인 체력 운동만 하고 있다.

이런 부담에도 하승진이 다시 대표팀 엔트리에 뽑힌 건 그만큼 그의 존재감이 크기 때문이다. 허 감독과 선수 선발을 논의한 대한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장인 최명룡 대학농구연맹 회장은 “아직 국제무대에서 하승진이 골밑에 있고 없고는 상대가 느끼는 위압감에서 차이가 크다. 하승진이 5분, 10분만 뛰더라도 상대 팀이 가진 높이의 장점 한 가지를 봉쇄하는 효과가 있다”며 “세대교체 시점에서 젊은 선수들이 상대 팀의 높이에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하승진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프로 구단의 코치는 “김주성(동부)은 대표팀에서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큰 힘이 된 것 못지않게 김주성을 통해 후배 센터들이 경기 운영 능력과 여러 잔기술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며 “이제 코트 안팎에서 하승진만이 가진 장점을 대표팀이 효과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KCC 감독으로 하승진을 오래 지도한 허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맡고 있다는 것도 대표팀에서 하승진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다. 하승진은 “그동안 대표팀에 도움이 못 돼 늘 미련이 있었다. 세대교체 시점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표팀에 최종 발탁이 되면 겸손하게 후배들을 돕는 마음으로 뛰겠다. 감독님을 도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허재 감독#대표팀#최장신#하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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