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112년 만에 부활하는 골프가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남자 골프의 간판스타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줄줄이 불참 의사를 밝히며 볼 것 없는 소문난 잔치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뉴질랜드의 배이 마이스터 IOC 위원은 “톱 랭커의 올림픽 불참이 이어진다면 정식 종목 제외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의 애덤 스콧과 마크 레시먼이 일찌감치 불참 선언을 한 가운데 세계 1위 제이슨 데이(호주)도 28일 올림픽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루이 우스트히즌, 찰 슈워츨(이상 남아공)도 리우에서 볼 수 없다. 조던 스피스(미국),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등도 올림픽 불참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며 세계 랭킹 10위 이내 선수 가운데 6명이 불참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림픽 불참의 공식적인 이유는 공통적으로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염려다. 데이는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이라 위험을 감수할 뜻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는 표면적인 핑계라는 지적이 많다. 올림픽 전후로 특급 남자 대회가 줄줄이 열리기 때문이다. 다음달 중순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오픈과 PGA챔피언십이 한 주 걸러 열리고,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가 이어진다. 7주 동안 3개 대륙을 돌아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다. 올림픽 메달에는 상금이 없지만 특급 대회의 우승 상금은 평균 150만 달러(약 17억4000만 원) 안팎이다. 스콧은 “힘들 일정 탓에 올림픽을 건너 뛸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남자 골프는 9월 미국과 유럽의 단체 대항전인 라이더컵도 열린다. 라이더컵은 지난해 인천에서 개최된 프레지던츠컵과 함께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반면 60명만이 출전하는 올림픽은 개인전만 열리는 데다 국가별 출전 쿼터를 제한해 선수들 간의 기량차이가 클 것으로 보인다. 흥미를 반감시키고 세계 최고를 가린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대회 방식인 것이다. 한국체대 박영민 교수는 “보상의 문제가 크다. 서구의 선수들은 한국이나 아시아 국가 출신 선수보다 국가관이 투철하지 않아 상금이 없는 올림픽에 나가기보다는 부와 명예를 얻으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는 까다로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자국 대표팀 후원 규정을 따라야 해 의류업체들과 거액의 스폰서 계약을 하고 있는 정상급 골퍼들로서는 자칫 계약 위반에 휘말릴 우려도 있다. 올림픽의 엄격한 도핑 테스트도 일부 선수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소문도 있다.
반면 여자 골프에서는 아직까지 상위권 선수들의 불참 사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가 남성보다 가임기 여성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여기에도 이유는 있다. 남자 골퍼들과 달리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기회가 드문 여자 골퍼들에게 올림픽은 동기부여의 무대가 된다. 올 시즌 대회 마다 한국(계)선수와 아시아 선수가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우승자 평균 연령은 20대 초반이어서 지카 바이러스에 그리 민감하지 않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남자와 달리 대회 스케줄도 빡빡하지 않다. 세계 1위 리디아 고는 “올림피언이 된다는 건 큰 영광이다. 올림픽이 기다려진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