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이 됐다고 가정해봅시다. 다음 경기 상대 팀의 선발 투수는 올 시즌 ‘신인왕 0순위’로 꼽히는 넥센의 신재영(27)입니다. 올 시즌 신재영의 성적(10승, 평균자책점 3.32)을 보면 인상이 찌푸려지겠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겠죠.
신재영은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투수 보직을 맡은 5년차 중고신인입니다. 집요하게 파고들면 공략하지 못할 리 없습니다. 28일 한화와의 경기에서는 3이닝 동안 7실점하며 올 시즌 최악의 투구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상황별 기록에서 드러난 신재영의 허점을 토대로 신재영 공략집을 만들어볼까요.
먼저 신재영을 상대하는 타자에게는 ‘3볼 1스트라이크’를 거듭 강조해야 합니다. 신재영은 3볼 1스트라이크에서 피안타율 0.667로 가장 약한 모습을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3볼까지 몰고 가는 건 타자의 몫인데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29일까지 89와 3분의 이닝을 던지는 동안 신재영이 허용한 볼넷은 7개뿐입니다. 5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 중 볼넷이 가장 적습니다. 공격적인 경기 운영과 뛰어난 제구력은 신재영의 강점입니다.
3볼까지 얻어낼 자신이 없는 타자들에게는 특정 구종을 기다리라고 지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프로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Statiz)’에 따르면 신재영의 전체 투구 중 직구(43.6%)와 슬라이더(43.1%)의 비율은 86.7%입니다. 두 가지 구종으로 주로 승부하는 투수인 거죠.
그러나 이 공략법 또한 녹록치는 않습니다. 같은 슬라이더라도 신재영은 옆으로 크게 휘거나 아래로 떨어지는 궤적이 다른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타자들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겠죠. 직구 또한 포심 패스트볼에 투심 패스트볼을 적절히 가미하고 있습니다. 직구는 위력도 큽니다. 전체 투구에서 6.3%밖에 차지하지 않는 체인지업(0.391)보다 직구의 피안타율(0.324)이 더 낮을 정도입니다.
물론 신재영이 난공불락인 건 아닙니다. 신재영은 타자의 노림수에 무너지는 모습을 종종 보였습니다. 28일 한화전에서도 신재영은 2구 안에 빠른 승부를 하려는 상대 타자들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올 시즌 처음으로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초구 직구의 피안타율이 0.367이라는 점은 신재영이 남은 시즌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골치 아픈 고민을 해야 하는 감독이 아닌 팬으로서는 신재영의 등장이 반갑습니다. 2006년(한화 류현진) 이후 맥이 끊긴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 동시 수상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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