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도박 중독자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특히 요즘 대학생 등 청년 도박중독이 늘고 있다.”
도박중독 치유의 최전선에서 ‘도박중독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남부센터 박애란(사진) 센터장은 젊은이들의 도박중독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도박중독 사례를 봤을 텐데.
“예전에는 40∼60대가 경마나 카지노 등 오픈라인에서 도박을 했다면 지금은 젊은 친구들이 온라인을 통해 도박을 더 쉽게 접하고 깊게 빠진다. 초등학생까지 중독자가 내려가고 있다. 게임을 하다가 귀한 아이템을 얻기 위해 많은 돈을 쓰는 것도 따지고 보면 도박이다. 그래서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이 중요한데 학교에서는 문을 닫고 있다. 문제점을 알리고 싶은데 학교는 그런 행사를 하는 것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걱정해서인지 문을 닫아버린다. 학교에서 문을 열어줘야 가서 교육을 하고 철저한 예방을 통해 중독 가능성을 훨씬 낮출 수 있다.”
-센터를 거쳐 간 여러 상담 가운데 가장 기억나는 사례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도박중독으로 2억원이 넘는 빚을 진 경우였다. 남편은 고지식해서 사실을 제대로 말도 못하고 어머니가 혼자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아들을 위해 대리변제는 안 된다’는 상담자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유치장에 못 보낸다며 몇 번 대리변제까지 해줬다. 결국 같은 경험을 한 다른 가족들로부터 ‘그래봐야 아들의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자칫하면 죽게 만든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마음을 고쳤다. 어머니의 극진한 아들사랑이 도박문제를 더욱 힘들게 만든 그 상황이 안타까웠다.”
-도박에 빠진 젊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청년들의 도박 중독이 늘고 있다. 대학 1∼2학년부터 군에 다녀온 대학 3∼4학년까지 쉽게 도박에 빠진다. 이유가 있다. 학자금 상환 걱정, 취업걱정, 대인관계 문제, 놀이문화의 부재 등 다양한 원인들로 도박에 빠져드는데 도박을 통해서 어쩌다 한번은 돈을 딸 수 있고, 대박경험도 할 수 있지만 결코 도박으로 돈을 벌 수 없다는 사실을 꼭 알았으면 한다. 우리사회 불평등한 기회의 구조가 청년들을 도박으로 유도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경제적 어려움에 고민하는 청년들은 도박을 통해 돈을 딸 수 있지만, 경제활동으로 이어갈 수는 없고, 도박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꼭 알아줬으면 한다. 도박에 빠져있는 청년들이 ‘나는 절대 중독이 되지 않아∼’, ‘중독은 나랑은 거리가 멀어∼’라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용기를 내어 센터 등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