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서 31홈런…LG 10년 기록과 같아 2일 SK 이적 후 잠실서 첫 홈런 기록 어제도 3안타 3타점 LG전 승리 주역
SK 정의윤에게 2일 잠실 LG전은 남다른 기록을 안겼다. 팀의 역전승 발판을 놓은 9회 동점 솔로홈런은 그가 지난해 7월 LG에서 SK로 이적한 뒤 잠실구장에서 처음 기록한 홈런이었다.
지난주 정의윤과 최승준(이상 SK), 박경수(kt) 등 LG를 떠나 ‘거포’가 된 선수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일부 팬들의 조롱거리가 된 ‘탈LG는 과학’이라는 말에 대한 실질적 논거를 얻기 위해선 당사자들의 실제 느낌이 가장 중요했다.
취재 과정에서 정의윤은 “저 아직 잠실에서 홈런 없어요”라는 말을 남겼다. 그에게 여전히 국내 최대 규모(중앙 펜스까지 125m, 좌·우 펜스까지 100m, 펜스높이 2.6m)의 잠실구장은 커다란 벽과 같았다.
물론 이젠 더 이상 잠실에서 스윙이 위축되거나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장타 생산이 많은 4번타자에겐 홈런이 나오는 것과 안 나오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정의윤은 “여전히 잠실은 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7월24일 3:3 트레이드 이후 정의윤은 잠실을 제외한 전 구장에서 홈런을 최소 1개 이상 기록했다. 2005 년 2차 1라운드에 지명돼 LG에 입단한 뒤 이적하기 전까지 10년 동안 31개의 홈런을 쳤다. 그리고 2일 경기 홈런으로 정의윤은 10년간 기록한 31홈런을 이적 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때려냈다.
정의윤의 마지막 잠실구장 홈런은 2014년 7월28일 잠실 롯데전이었다. SK 이적 이전 마지막 홈런이기도 하다. 10 년간 31개의 홈런 중 잠실구장에서 친 홈런은 13개로 비율로 치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유망주로 머문 시간이 길어지면서 장타가 나오지 않는 시간이 그를 괴롭혔다. 실제로 LG 시절 잠실에서 때려낸 13개의 홈런 중 무려 9개가 군입대 이전인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집중됐다.
다른 구장이었으면 넘어갈 타구가 잡히는 일이 빈번했고, LG의 다른 거포 유망주들처럼 타자의 의욕을 꺾거나 밸런스를 흔들리게 하는 원인이 됐다. SK는 정의윤 이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의윤 타구의 평균 비거리를 고려하는 등 데이터를 분석하기도 했다.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이라면 홈런이 될 타구가 많았다는 것이다. 정의윤은 2일 경기 홈런의 좋은 기억을 안고, 3일에도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다.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면서 이틀 연속 LG전 승리 주역이 됐다.
이제 정의윤은 그에게 마지막 남은 관문 같았던 ‘잠실구장 담장’을 넘겼다. 10년간 친 31홈런을 1년도 되지 않아 재현해 낸 그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홈런을 때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