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새 외국인투수 파비오 카스티요(27·사진)는 KBO리그 2경기에서 극과 극의 투구를 했다. 데뷔전인 지난달 25일 대전 롯데전에서 7이닝 4안타(1홈런) 3볼넷 3삼진 1실점의 호투로 첫 승을 따냈다. 최고구속 159km의 강속구를 손쉽게 던지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고척 넥센전에서는 2.2이닝 만에 8안타 3사사구 6실점하며 무너졌다. 단 2경기만 보고 성패를 가늠하긴 어렵다. 그러나 카스티요를 상대해 본 이들이 말하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공이 가볍다.”
● “구위는 좋은데…”
카스티요의 주무기는 강속구다. 변화구는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진다. 첫 등판 후 “KBO리그 공인구에 적응했으니 커브도 던지겠다”고 했지만,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금까진 직구와 슬라이더 2가지 구종으로만 승부하는 ‘투 피치’ 투수다. 슬라이더는 최고구속이 146km까지 나올 정도로 빠르다. 그러나 휘는 각이 크지 않아 2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로 쓰긴 어렵고,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정도다. 지난달 30일 넥센 타자들이 줄기차게 직구 타이밍에 노림수를 가져간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한 타자는 “직구 구사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아 노림수를 가져가기 편하다”고 했다.
● 변화구 못 던지면 전망 어두워
카스티요를 상대한 넥센, 롯데 타자들은 “구속은 빠르지만, 회전수가 적고 볼끝이 가볍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확실한 변화구를 장착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한 코칭스태프의 말에 뼈가 있었다. 지난 사례로 2011∼2013년 LG에서 뛴 레다메스 리즈는 최고구속 162km의 빠른 공을 던졌지만, 결정구가 없어 초반 고전했다. 2012시즌 중반부터 슬러브의 비중을 높이면서 살아났다. 한화에서 웨이버 공시된 에스밀 로저스도 최고구속 155km의 강속구와 커브, 종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를 곁들여 상대를 압도했다. 넥센 스캇 맥그레거가 첫 2경기에서 잘 버틴 것도 최고구속 154km의 빠른 공과 커터, 커브를 적절히 곁들인 결과였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넥센 타자들이 잘 쳤다”고만 평가했는데, 카스티요의 단조로운 피칭 메뉴에 문제는 없는지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