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키는 한국 양궁은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늘 수만 명의 관중이 들어찬 야구장을 찾아 소음 대비 훈련을 했다. 어떤 외부의 영향에도 10점 만점의 과녁 정중앙을 향한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다음달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양궁 대표팀이 3일 프로야구가 열린 고척돔을 찾은 데는 새로운 이유도 있었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전무는 “이번 올림픽은 현지 시간으로 오후 5시에 경기를 치르게 된다. 브라질의 8월은 겨울이라 일몰 시간에 걸려 어둑어둑해진다. 이런 환경에 대비한 훈련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남녀 양궁 대표 선수들은 이날 오후 5시25분부터 20분 가까이 활시위를 당겼다.
양궁 대표팀은 서울 태릉선수촌에 리우 양궁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시설을 만들어 놓고 막바지 담금질을 하고 있다. 장영술 전무는 “선수들의 신체리듬과 시차 적응 속도 등의 데이터를 이미 확보해 훈련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는 한국과 계절이 정반대인 데다 시차도 낮과 밤이 바뀌는 12시간 차이다, 따라서 이번 올림픽에서는 종목마다 세심한 현지 적응 과정이 지난 4년간 흘린 땀방울의 결과를 결정지을 중요한 열쇠로 떠올랐다.
이용대와 유연성이 나서는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배드민턴 대표팀은 24일 캐나다 토론토로 출국해 10일 동안 조정 훈련을 한 뒤 다음달 4일 리우로 이동한다. 이득춘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은 “토론토는 리우와 시차가 1시간 밖에 나지 않으며 쾌적한 훈련 장소를 갖췄다”고 말했다.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사격의 진종오와 김장미 등은 4년 전 런던 올림픽 개막과 비교하면 2주 가까이 빠른 23일 리우에 입성한다. 사격 대표팀은 올 4월 리우에서 열린 프레올림픽 때 3일 전에 현지에 도착했다 컨디션 유지에 애를 먹었었다. 김장미는 “리우 갈 때 비행기에서 계속 잠을 자겠다”며 웃었다.
런던올림픽에서 값진 동메달을 땄던 축구 대표팀은 18일 브라질 상파울루로 출국해 베이스캠프를 차린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 한국 대표팀은 미국 마이애미에서 전지훈련을 한 뒤 브라질로 건너갔었다. 당시 미국과 브라질의 기온차가 심해 선수들의 발걸음이 무거웠다는 분석에 따라 이번에는 제3국이 아닌 곧바로 브라질에서 전지훈련을 하게 됐다.
리우 올림픽 수영 결선은 현지 시간 오후 10시에 시작된다. 주관 방송사인 미국 NBC가 자국내 인기 스포츠인 수영의 시청률을 황금시간대에 편성하기 위해 조정한 일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영 강국 호주 선수들은 최근 오전 1시에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오전 2시에 취침하는 일과를 반복하고 있다. 한국 수영의 기대주 안세현은 호주와 미국 마이애미에서 조정훈련을 마친 뒤 브라질에 입국한다. 안세현을 후원하고 있는 SK텔레콤 측은 “숙소 호텔에서 심야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미리 부탁해 뒀다”고 전했다.
최종삼 태릉선수촌장은 “런던올림픽 때는 현지 대학 등에 훈련 캠프를 설치한 효과를 보며 종합 5위에 오를 수 있었다. 이번 대회는 그럴 수 없어 현지 적응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유럽과 미국 등에서의 중간 전지훈련으로 장거리 이동의 부담을 줄이면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경기 시작 10일 전에 현지에 도착하도록 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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