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패? 더없이 빛난 해피엔딩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5일 05시 45분


유로2016에서 돌풍을 일으킨 아이슬란드 선수들이 4일(한국시간) 프랑스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벌어진 8강전에서 프랑스에 2-5로 패한 뒤 팬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유로2016에서 돌풍을 일으킨 아이슬란드 선수들이 4일(한국시간) 프랑스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벌어진 8강전에서 프랑스에 2-5로 패한 뒤 팬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4강 탈락 아이슬란드, 강렬했던 유로 출전기

잉글랜드 깨고 파란…한·일월드컵 연상
전반 4골 먹은 프랑스전…후반 2골 투지
3만명 팬-선수들, 서로에게 감사의 박수
프랑스 에브라 “아이슬란드 존경스럽다”


한국축구는 2002한·일월드컵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4강 신화’를 달성한 바 있다. 월드컵 기간 동안 국내는 온통 붉은 물결로 출렁였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을 상징하는 붉은색 티셔츠를 입었고, 대표팀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서울 시내를 비롯해 전국 각지의 대형 스크린이 있는 곳에 구름인파가 모여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어느덧 14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2002월드컵의 4강 신화는 온 국민에게 강렬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올해는 아이슬란드가 ‘유로2016’으로 들썩였다. 아이슬란드는 4일(한국시간)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개최국 프랑스와의 2016유럽축구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2-5로 져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의 선전은 이번 대회 내내 최고의 화젯거리였으며, 아이슬란드 국민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


아이슬란드의 유로2016은 ‘해피 엔딩’

16강전에서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킨 아이슬란드였지만, 프랑스마저 꺾기란 역부족이었다. 8강전은 애초부터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됐다. 세계적 선수들이 즐비한 프랑스에 객관적 전력에서 뒤졌다. 또 개최국 프랑스는 홈팬들의 열광적 성원까지 등에 업고 있었다. 아이슬란드는 경기 초반부터 이어진 프랑스의 파상공세를 당해내지 못한 채 전반에만 무려 4골을 빼앗긴 끝에 2-5로 패했다.

4강 진출은 좌절됐지만, 아이슬란드 선수들과 국민은 승패를 떠나 경기 자체를 즐겼다. 선수들은 패색이 짙은 가운데서도 투지를 불사르며 후반 2골을 뽑아냈다. 직접 경기장을 찾은 약 3만명의 아이슬란드 팬들도 경기 내내 열띤 응원을 펼쳤다. 3만명은 아이슬란드 총인구(33만명)의 약 10%에 해당한다. 경기 후 아이슬란드 선수들은 관중석을 향해 줄지어 섰다. 팬들은 유로2016 최고의 드라마를 써낸 선수들에게, 선수들은 자신들을 성원해준 팬들에게 서로 박수를 보냈다. 프랑스 수비수 파트리스 에브라(35·유벤투스)는 승리 후 “아이슬란드가 존경스럽다. 좋은 경기를 했다”며 경의를 표했다.

아이슬란드의 축구동화, 이제 시작?

아이슬란드는 2011년 라르스 라예르베크(68·스웨덴)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한 데 이어 2013년 헤이미르 할그림손(49·아이슬란드)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2명의 감독이 함께 팀을 지휘하는 공동감독체제라는 파격적 실험을 진행해왔다. 두 사령탑은 철저한 분업을 통해 유로2016에서 동화 같은 아이슬란드의 기적을 일궈냈다. 이날 8강전을 끝으로 물러나는 라예르베크 감독은 “프랑스전 전반 45분을 제외하고는 매 순간이 행복했다. 아이슬란드축구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이제 아이슬란드는 할그림손 감독 단일지도체제로 새롭게 출발한다. 아이슬란드의 간판스타 길피 시구르드손(26·스완지시티)은 “대부분의 선수가 전성기에 접어드는 나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며 밝은 미래를 기대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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