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우완 사이드암 마정길(37·사진)은 데뷔 첫해인 2002년부터 꾸준히 ‘마당쇠’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팀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마운드에 올라 자기 몫을 해냈다. 그가 15년간 프로 무대에서 버티고 있는 비결도 바로 꾸준함이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첫해인 올 시즌에는 넥센이 자랑하는 승리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마정길은 2015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었지만, 넥센 잔류를 택했다. 계약규모는 2년 총액 6억2000만원. 50억원이 넘는 대형 계약이 속출하는 요즘 마정길은 그야말로 ‘착한 FA’다. 넥센 이적 첫해인 2010시즌부터 지난해까지 223경기에 등판한 데 따른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도 클 텐데, “많은 금액보다는 팀에 남아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게 목표였다. 그렇게 돼 기쁘다”고 자신을 낮췄다.
마정길은 5일까지 29경기에서 4승 6홀드, 방어율 4.45를 기록했다. 압도적인 기록은 아니지만, 그의 팀 공헌도는 무시할 수 없다. 4승 모두 동점이거나 팀이 지고 있을 때 등판해 실점을 막고 따낸 것이다. 4월10일 잠실 두산전과 3일 고척 KIA전은 동점 상황에서 1이닝 무실점 직후 팀이 역전했다. 5월8일 고척 KIA전, 5월25일 고척 한화전은 1점차 뒤진 9회를 실점 없이 막고 끝내기 승리를 이끌었다.
마정길은 넥센에서 이정훈(39)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베테랑이다. 그 책임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FA 계약 당시에도 “나이가 든 만큼 이끌어야할 후배 투수들이 많아졌다. 더욱 책임감을 갖고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했다. 미국 애리조나∼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도 솔선수범하며 후배 투수들을 이끌었다.
넥센 구단 내부에서도 마정길의 가치를 소홀히 평가하지 않는다. 염경엽 감독은 “젊은 투수들은 마정길과 오재영 등 베테랑 투수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언제든 기꺼이 마운드에 오르는 선배들의 노력을 잊어선 안 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넥센 구단관계자도 “마정길의 공헌도는 매우 높다”며 “경험이 풍부해 믿고 내보내면 자기 몫을 하는 선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