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대로 ‘속도’가 기준 미달이었다. 어깨 수술로 21개월 만에 마운드에 선 류현진은 복귀전에서 구속을 100% 회복하지 못했다. 최고 시속 148km, 평균 144.5km이었다. 부상 전에는 최고 153km, 평균 146km였다. 어깨 수술 뒤 구속이 3∼4km 줄어든다는 통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어깨 수술을 받은 투수 중 7%만이 수술 전 구속을 회복했다는 게 또 하나의 통계다. 아무리 간단한 관절경 수술이라도 수술 도중 어깨 근육은 손상된다. 근육은 수술 뒤 붙긴 하지만 구속은 떨어진다. 팔꿈치는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면 구속이 빨라지는데, 어깨는 이상하게도 정반대다. 의사들도 뚜렷한 이유를 대지 못한다. 다만 어깨가 그만큼 복잡하다고 말한다.
구속이 회복되지 않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류현진은 2014년 샌프란시스코전에서 두 차례 크게 부진했다. 1이닝 4실점, 2이닝 8실점 경기였다. 적정 구속이 나오지 않았던 게 핵심적인 이유였다. 이번 복귀전에서의 부진(4.2이닝 6실점)도 정확히 구속 저하의 문제다. 보통 구속 3∼4km의 차이가 메이저리거와 마이너리거를 나눈다. 연봉 1000만 달러 투수와 연봉 100만 달러 투수도 여기서 갈린다.
그렇다면 류현진이 구속을 회복할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다음 등판 때 그 답이 나올 걸로 보고 있다. 정형외과 전문의 박진영 원장은 “첫 경기치고는 괜찮았던 수치라고 생각한다. 첫 경기 뒤 아프지 않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다음에는 좀 더 세게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복귀전에서의 구속 저하가 심리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다.
이승준 부산대 의대 교수는 “구속 1km를 올리는 건, 마른 수건 쥐어짜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전제한 뒤 “다만 4회 이후 구속이 갑자기 떨어져 평균치가 낮아졌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다음 등판 때 정확한 답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투수 재활 베테랑인 김병곤 트레이너는 재활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류현진이 100개 이상 꾸준한 속도로 던질 수 있을 때 재활이 100% 마무리됐다고 볼 수 있다”며 “류현진은 아직 재활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두 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 경기는 21일 워싱턴전이다. 올스타 브레이크 일정 덕에 열흘 이상 푹 쉬고 등판한다. ‘첫 경기라서 그랬다’라는 식의 정상참작의 여지는 더 이상 없다. 류현진의 구속이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팀의 선발 로테이션에 안정적으로 합류할 것이다. 반면 뚜렷한 반전이 없다면 한두 번 추가 기회를 잡겠지만 결국엔 다시 재활을 고려해봐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다저스가 언제까지 기다려 줄지는 알 수 없다.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좋아질 걸로 믿는다”고 했지만, 지역 언론은 한계에 부닥쳤다는 식의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앞으로 열흘.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7%의 기적이 류현진에게 찾아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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