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에서 여름은 스타들의 이적 소식으로 뜨겁다. NBA 슈퍼스타 중 한 명인 케빈 듀란트(28)는 5일(한국시간) 오클라호마시티를 떠나 골든스테이트에 안착했다. 우승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맞수격인 스티븐 커리(28)와 손을 맞잡았다. 6년 전에는 르브론 제임스(32·클리블랜드)가 그랬다. 이렇듯 최근 NBA에선 스타들이 우승전력을 갖춘 팀으로 이적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런 가운데 19시즌 동안 꿋꿋이 한 팀에만 머물며 꾸준히 강팀으로 이끈 선수가 있다. NBA 역대 최고의 파워포워드로 꼽히는 팀 던컨(40·샌안토니오 스퍼스)이다. 그는 꾸준함의 대명사다. 1997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샌안토니오에 입단한 던컨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포스트 플레이와 수비력을 앞세워 매 시즌 샌안토니오를 우승권에 올려놓았다. 던컨이 입단한 이후 샌안토니오는 5차례나 NBA 정상에 올랐다. 19시즌 동안 플레이오프는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이에 NBA 전설의 센터 샤킬 오닐(44·은퇴)은 던컨에게 ‘미스터 기본기(Mr. Fundamental)’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던컨이 가세한 이후 샌안토니오는 19시즌 동안 1072승438패를 기록했는데, 미국 4대 프로스포츠에서 같은 기간 이보다 많이 이긴 팀은 없다. 이처럼 던컨은 스스로의 힘으로 팀을 강자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오히려 다른 선수들이 던컨과 함께 뛰고 싶어 샌안토니오로 이적해왔다. 듀란트, 제임스와는 완전히 다른 행보다.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해왔던 던컨은 은퇴도 조용하게 알렸다. NBA 사무국은 11일 ‘던컨이 은퇴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미국 프로스포츠에선 은퇴를 선언한 선수가 시즌 내내 원정팀의 환영을 받으며 이른바 ‘은퇴 투어’를 다니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던컨의 은퇴는 NBA 사무국과 구단의 보도자료가 전부였다.
던컨은 오히려 은퇴 발표를 미뤘다. 당초 10일 은퇴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하자 계획을 수정했다. 자신의 은퇴 발표로 인해 총격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평소 팀 동료를 잘 챙기기로 유명한 그의 배려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샌안토니오 구단도 조용히 은퇴하고 싶다는 던컨의 의사를 존중해 기자회견을 열지 않기로 했다. 던컨과 19시즌을 함께한 그렉 포포비치(67) 감독은 “사람마다 은퇴방식이 다른 법이다. 던컨은 은퇴를 알리거나 너무 감정적으로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애덤 실버(54) NBA 커미셔너는 “던컨은 20년간 샌안토니오와 NBA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NBA의 모든 가족을 대신해 그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은퇴마저 조용했지만 던컨이 남긴 이력만큼은 화려하다. 그는 19시즌 동안 5번의 우승, 2번의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3번의 챔피언 결정전 MVP, 10번의 퍼스트팀(베스트 5), 8번의 디펜시브 퍼스트팀(수비 5걸), 15번의 올스타 등 찬란한 흔적을 남겼다. 또 한 명의 전설이 소리 없이 우리 곁을 떠났다.
● 팀 던컨은?
19시즌간 샌안토니오 지킨 레전드 우승 5번·MVP 2번…찬란한 흔적
▲생년월일=1976년 4월 25일(미국령 버진 아일랜드 출생) ▲키·몸무게=211cm·118kg ▲포지션=파워포워드·센터 ▲NBA 경력=샌안토니오 스퍼스(1997∼2016년) ※1997년 NBA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트레이시 맥그래디 1라운드 9순위, 천시 빌럽스 1라운드 3순위) ▲수상 내역=우승 5회(1998∼1999·2002∼2003·2004∼2005·2006∼2007·2013∼2014시즌), 정규리그 MVP 2회(2001∼2002·2002∼2003시즌), 챔피언 결정전 MVP 3회(1998∼1999·2002∼2003·2004∼2005시즌), 올스타 MVP 1회(1999∼2000시즌), 올스타 15회, 신인상(1997∼1998시즌), NBA 퍼스트팀 10회, NBA 디펜시브팀 8회 ▲기록=정규리그 통산 1392경기 출전(역대 8위), 2만6496점(역대 14위), 1만5091리바운드(역대 6위), 3020블록(역대 5위), 4225어시스트, 1025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