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2014년 양상문 감독이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리빌딩에 착수했다. 그러나 너무 급진적 변화를 추구하다보니 역효과를 낳았다. 지난 시즌 팀 역대 최하위인 9위로 떨어졌고, 올해는 6월15일까지 4위를 유지하다가 끝내 SK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지금은 KIA와 롯데에도 떠밀려 7위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신념을 굽히지 않고 있다. ‘팀의 10년, 20년을 책임질 선수를 키운다’는 일념 하나로 모든 비난을 감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가운데 조금씩 성과를 보이는 선수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채은성이다.
채은성은 양 감독의 눈에 띄어 2014년부터 중용됐다. 물론 처음부터 쉽진 않았다. 그해 62경기에 나와 타율 0.277, 1홈런, 15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지난해에는 90경기에서 타율 0.249, 4홈런, 20타점으로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일부 팬들은 그의 기용 여부를 두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채은성은 더 이를 악물었다. 기회를 부여 받은 만큼 실력으로 보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올 시즌에는 책임감이 더 커졌다. 프리에이전트(FA) 정상호의 보상선수로 SK로 떠난 최승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한 나성용, 트레이드로 SK 유니폼을 입은 정의윤 등 팀내 우타거포가 사라지면서, 그에게 거는 기대는 커졌다.
채은성의 가장 큰 장점은 야구를 대하는 자세다. 그는 2009년 육성선수로 입단한 뒤 정식선수가 되기까지 5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성실함 하나로 버텨냈다. 냉정한 프로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묵묵히 구슬땀을 흘렸고, 그의 노력을 알아본 이들이 있었다.
채은성은 올해 드디어 잠재력을 터트렸다. 12일까지 76경기에 나가 타율 0.336, 8홈런, 55타점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변동 많은 팀 타선에 붙박이 5번 우익수로 자리매김했다. 영양가도 높다. 그는 12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3-4로 뒤진 7회 2사 1·2루서 역전결승2타점 3루타를 때려냈다. 5-4, 대역전극을 만들어내는 귀중한 한 방이었다.
채은성은 양 감독이 그토록 바라는 ‘팀의 미래’가 되고 있다. 험난한 ‘리빌딩 가시밭’을 헤쳐 나가고 있는 LG의 희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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