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로열 트룬 실제로 본 항아리 벙커 무시무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14일 05시 45분


지난 6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미즈노오픈에서 공동 2위에 오르며 4위까지 주어지는 디오픈 출전권을 획득한 이상희(왼쪽사진 가운데)가 13일 스코틀랜드 로열 트룬 골프장에서 열린 디오픈 연습라운드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생애 첫 디오픈 연습라운드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는 이상희(오른쪽 사진). 사진제공| 이상희
지난 6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미즈노오픈에서 공동 2위에 오르며 4위까지 주어지는 디오픈 출전권을 획득한 이상희(왼쪽사진 가운데)가 13일 스코틀랜드 로열 트룬 골프장에서 열린 디오픈 연습라운드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생애 첫 디오픈 연습라운드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는 이상희(오른쪽 사진). 사진제공| 이상희
프로골퍼 이상희의 첫 디오픈 출전기 <1>

투어 6년차 이상희(24)가 데뷔 이래 처음으로 디오픈(The Open) 무대에 섰다. 지난 5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미즈노오픈 공동 2위를 기록해 출전 기회를 잡았다. KPGA 투어 최연소 우승(2011년 NH농협오픈·19세6개월10일), 통산
3승을 기록한 이상희가 첫 디오픈 출전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월요일 아침, 드디어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슴이 뛰었다. ‘디오픈’이라는 꿈의 무대에 출전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쁘고 설레었다. 그런데 반나절 뒤, 설레던 마음이 걱정으로 돌변했다. 히드로 공항에 도착 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행 비행기로 갈아탈 예정이었으나 항공사 사정으로 취소됐다. 어떻게 해서든 이동해야 했기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결국 에든버러로 가서 자동차로 이동하는 방법을 택했다. 겨우 티켓을 바꿔 스코틀랜드행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돌고 돌아 새벽 4시에 숙소에 도착했다. 참으로 긴 여정이었다.

몇 시간 잠도 못 자고 골프장으로 이동할 준비를 했다. 몸은 무거웠지만 또 설레었다. 올해 디오픈이 열리는 로열 트룬 골프장은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다. 말로만 듣던 링크스 코스가 어떤 느낌일지, 또 디오픈의 역사와 전통이 어떻게 녹아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됐다.

조금씩 클럽하우스에 가까워졌다. 국내의 골프장처럼 근사하고 웅장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자태만큼은 가슴을 벅차오르게 만들었다. 헉!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골프장에 먼저 도착해 있어야 할 골프백이 보이지 않았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앞서 디오픈을 경험했던 선배들이 히드로 공항에서는 골프백 분실이 자주 일어나니 운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부랴부랴 골프백을 찾아다녔다. 공항으로 전화해보니 그곳에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공항에서는 골프백을 보내준다고 했다. 하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골프백을 찾기 위해 1시간 반 동안 공항으로 내달렸다. 오전을 그렇게 허비하고 오후에 코스로 나갔다. 그 전에 골프백도 도착했으니 클럽하우스 앞에서 먼저 기념촬영부터 했다. 남는 건 사진 밖에 없으니까….

클럽하우스에 들어서자 관계자들이 반갑게 맞아줬다. 그러고는 선물을 안겨줬다. 그 안에는 ‘THE OPEN’이라는 박스가 있었고, 각종 기념품이 가득했다. TV를 통해 선수들이 모자나 허리춤에 기념배지를 달고 경기하는 모습을 종종 봤다. 그 모습이 부러웠었는데 드디어 나도 기념배지를 달고 경기에 나갈 수 있게 됐다. 별것 아니었지만 기분을 들뜨게 했다.

드디어 로열 트룬의 코스에 섰다. 광활한 초원위에 펼쳐진 코스. 정말이지 이런 코스는 난생 처음 본다. 멀리서보면 골프코스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넓은 초원처럼 보일 것 같다. 하지만 이 코스에서 숱한 스타들이 악몽을 경험했을 것을 상상하니 정신이 바짝 들었다. 말로만 들었던 항아리 벙커는 무시무시했다. 일단 공을 몇 개 떨어뜨려놓고 벙커샷을 하면서 슬슬 시동을 걸었다. 그린에 올라가서는 핀이 꽂힐 지점을 찾아 돌아다니며 공을 굴렸다. 이제 조금씩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디오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다. 그런 무대에 선 느낌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마치 역사의 현장에 서 있는 것 같아 감동이 밀려왔다. 여기가 바로 디오픈이구나! 스코틀랜드에서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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