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너를 믿는다]런던의 恨 풀고 큰 용으로 솟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4일 03시 00분


<4>배드민턴 이용대와 박주봉 감독

1.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다짐하고 있는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스타 이용대(왼쪽)에게 현역 시절 셔틀콕 대통령으로 불린 박주봉 일본 대표팀 감독은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컨디션을 잘 관리하라”고 조언했다. 
2. 2006년 독일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용대와 처음으로 만났던 박감독은 “고교생 이용대를 축하해준게 엊그제 같다”고 말했다. 
3. 남자 복식 금메달을 노리는 이용대가 모래주머니 조끼를 입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4. 이용대-유연성 조가 선수 세 명을 상대로 강도 높은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다짐하고 있는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스타 이용대(왼쪽)에게 현역 시절 셔틀콕 대통령으로 불린 박주봉 일본 대표팀 감독은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컨디션을 잘 관리하라”고 조언했다. 2. 2006년 독일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용대와 처음으로 만났던 박감독은 “고교생 이용대를 축하해준게 엊그제 같다”고 말했다. 3. 남자 복식 금메달을 노리는 이용대가 모래주머니 조끼를 입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4. 이용대-유연성 조가 선수 세 명을 상대로 강도 높은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초등학교 2학년 때 살을 빼려고 시작한 배드민턴이었다. 16개의 깃털이 달린 5g 남짓한 셔틀콕을 허공에 날리며 그의 꿈도 어느새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다. 10년 넘게 코트를 지배하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다짐하고 있는 이용대(28·삼성전기). 그의 이름 앞에는 ‘제2의 박주봉’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고교 1학년 때인 1980년 처음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에 선발된 뒤 1990년대 중반까지 세계 최고의 셔틀콕 스타로 이름을 날린 박주봉은 현재 일본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이용대와 박주봉 감독은 같은 용띠다. 박 감독은 도쿄 올림픽이 열린 1964년 태어났다. 이용대는 서울 올림픽이 개최되기 6일 전인 1988년 9월 11일 출생했다. 박 감독은 배드민턴이 전시 종목이던 서울 올림픽에서 혼합복식 금메달을 땄다. 정식 종목이 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남자복식 정상에 섰고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혼합복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 감독이 처음 올림픽과 인연을 맺었을 때 갓난아기였던 이용대는 8월 리우에서 개막하는 올림픽을 포함해 3회 연속 출전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과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복식 동메달을 땄던 이용대는 2년 선배 유연성과 짝을 이룬 남자복식에서 최근 2년 가까이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당연히 리우에서도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이용대와 박 감독은 10대 중반에 태극마크를 단 천재성에 남다른 성실성까지 닮았다. 이용대는 고교 시절부터 박 감독을 롤 모델로 삼고 있다. 박 감독 역시 국제대회나 국내에 머물 때 이용대를 자주 만나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도쿄에 머물고 있는 박 감독은 “용대를 처음 본 게 10년 전인 2006년이다. 고교생이 독일오픈에서 우승했다고 축하해준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용대가 서른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이용대의 국제대회 우승은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두 번째로 어린 17세 4개월 5일의 나이에 나왔다. 최연소 기록은 박 감독이 1982년 덴마크오픈에서 세운 17세 3개월 15일이다.

지난달부터 태릉선수촌에서 합숙훈련을 하고 있는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과 달리 일본 대표팀은 18일 소집된다. 박 감독은 “나도 예전에 그랬듯이 용대도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긴장 강도가 높아지고 부담감도 커질 것이다. 용대에게는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다 보니 머릿속이 더 복잡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용대는 최근 “성적에 대한 압박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박 감독은 “올림픽까지 남은 기간은 길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컨디션을 잘 관리해야 한다. 긍정적인 태도로 그동안 잘됐던 플레이를 자주 떠올리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용대가 아시아경기나 세계선수권 같은 메이저급 대회 결승에서 흔들렸던 징크스는 박 감독이 염려하는 부분이다. “용대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는 솔직히 스포트라이트가 적어 두려움 없이 달려들어 큰 성과를 냈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남자복식 우승까지 노렸지만 4강에서 아쉽게 패했다. 리우에서는 두 번의 올림픽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잘 이겨낼 것이다.”

박 감독은 선수 시절 마지막 올림픽이던 애틀랜타 대회 결승에서 나경민과 짝을 이뤄 같은 한국의 후배인 길영아-김동문과 맞붙어 패했다. 박 감독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 그래도 한국 선수끼리 나란히 시상대에 올라 너무 기뻤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용대와 유연성뿐 아니라 남자복식 세계 3위 김기정과 김사랑도 뛰어난 기량을 지녔다. 우리 선수끼리 결승에서 만난다면 한국 팬들이나 대표팀 관계자들이 얼마나 편하게 경기를 지켜보겠느냐”고 말했다. 비록 일본 대표팀 감독으로 올림픽에서 한국과 선의의 대결을 펼쳐야 할 처지지만 고국을 향한 따뜻한 성원이 담긴 덕담이었다.

이용대는 평소 “옛날 같지 않다”는 말을 가장 듣기 싫다고 했다. 박 감독의 눈에도 이용대의 꾸준함이 믿음직스럽다. “용대는 코트에 서는 순간 늘 훈련에 집중하며 요령 한번 피우지 않았다. 그게 바로 장수의 비결이다.”

박 감독은 이용대를 능구렁이라고 불러야 한다며 웃었다. “용대가 경기 때 좀처럼 자기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표정 관리도 잘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이름처럼 큰 용(龍大)으로 떠오를 날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용대를 믿는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리우올림픽#배드민턴#이용대#박주봉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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