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감독들은 이제 프로야구를 ‘장기 레이스’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144경기를 치러야 하는 장기전을 버티는 힘으로 선발투수들을 꼽는다.
‘선발 야구’는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1위 두산은 전반기를 55승1무27패, ‘+28’로 마감했는데, 다승 5위 안에 무려 4명의 투수를 올렸다.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이 12승과 10승으로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둬 다승 1위와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좌완 듀오 장원준과 유희관은 9승씩을 거두며 다승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선발승이 성적을 담보하거나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 횟수가 순위와 비례하는 건 아니다. 다만 강한 선발진은 장기 레이스에서 손실을 최소화해가면서 꾸준히 힘을 발휘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 두산·NC도 선발 걱정은 있다
두산도 불안요소는 있다. 보우덴이 지난달 30일 잠실 NC전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뒤 8일 잠실 KIA전(3이닝 6실점)과 14일 마산 NC전(6이닝 4실점)에서 2연패에 빠졌다. 노히트노런이라는 대기록을 위해 139구나 던진 여파가 없지는 않다. 보우덴이 다시 안정을 찾으면 후반기에도 두산 선발진은 극강의 모습을 자랑할 것이다.
NC는 팔꿈치 통증을 털고 두달 만에 돌아온 에이스 에릭 해커의 부활이 중요하다. 해커는 복귀전이던 14일 마산 두산전에서 4이닝 3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해커와 마찬가지로 팔꿈치 통증으로 로테이션에서 빠진 또 다른 선발 이태양의 복귀 시기도 관건이다.
● 넥센은 용병, SK·KIA는 에이스 귀환이 관건
전반기 3위로 선전한 넥센은 없는 살림에도 선발진을 잘 꾸려왔다. 다만 다승 공동 2위 신재영이나 신인 박주현 등 젊은 투수들의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염경엽 감독도 “이제 선발진의 무게중심이 젊은 투수에서 외국인선수들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라이언 피어밴드의 기복을 줄이고, 대체선수 스캇 맥그레거를 빨리 적응시키는 게 관건이다.
SK와 KIA는 에이스들이 귀환을 기다린다. 각각 김광현과 윤석민이 부상으로 빠져있다. 2명 모두 최근 투구를 재개하며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부상 정도가 경미한 김광현은 8월 들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것으로 보이며, 윤석민은 선발로 투구수를 끌어올리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해 불펜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SK는 김광현 복귀까지 2주 가량을 버텨야 한다. ‘양현종-헥터-지크’의 강력한 3선발이 있는 KIA는 선발로 전환한 홍건희나 새로운 5선발이 중요해졌다.
● 안정 필요한 롯데, 하위팀은 새 용병에 마지막 희망
롯데는 로테이션 자체는 잘 돌아가고 있지만,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의 부활이나 부상에서 돌아온 송승준, 이적생 노경은의 안정이 필요하다.
하위팀들은 대부분 대체 외인들이 열쇠를 쥐고 있다. 한화는 파비오 카스티요와 에릭 서캠프로 외국인투수 둘을 모두 바꿔 대반격을 노리고 있고, LG도 데이비드 허프로 마지막 반격을 노린다. 삼성도 아놀드 레온의 복귀와 새 용병 요한 플란데에게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는다. 최하위 kt 역시 멕시칸리그 최고투수 조쉬 로위에게 기대를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