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챙기기, 발품 파는 슈틸리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20일 05시 45분


축구국가대표팀 슈틸리케 감독. 스포츠동아DB
축구국가대표팀 슈틸리케 감독. 스포츠동아DB
여름휴가까지 반납…클래식·챌린지 경기 관전
그 누구보다 한국축구 발전 걱정…진정한 리더


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이 연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1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인천 유나이티드-FC서울전을 지켜본 데 이어 18일에는 서울이랜드FC-안산경찰청의 챌린지(2부리그) 경기가 벌어진 잠실종합운동장을 찾았다. 19일에는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국내 유소년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야말로 ‘광폭’ 행보다. 7월 대표팀 일정이 없어 여름휴가를 즐길 만도 하지만, 잠시 스페인으로 떠난 부인과는 달리 한국에 남아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한국축구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A대표팀에 관련된 일 뿐이 아니다. 선수 차출에 대해서 올림픽대표팀 코칭스태프와도 협업을 했다. 대한축구협회 공식행사 참석도 마다하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대학축구, 유소년축구 등 경기가 펼쳐지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축구협회 한 고위관계자는 “한국인인 나보다 한국축구를 더 걱정하는 것 같다. 한국축구의 발전방안을 찾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열정이 대단하다. 업무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방향을 잡아간다. 그게 슈틸리케 감독이 가진 힘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슈틸리케 감독이 과거 한국을 찾았던 다른 외국인 지도자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축구협회 관계자는 슈틸리케 감독이 계약 직후 했던 말에서 답을 찾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계약서에 서명한 뒤 축구협회 관계자들에게 “나는 월급만 받아가는 지도자가 되진 않겠다”고 말했다. A대표팀 감독직에 충실할 뿐 아니라,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는 이야기였다. 당시만 해도 관계자들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에 온 이후 자신이 했던 약속을 몸으로 실천했고, 축구협회 관계자들도 그의 적극성과 열정에 적지 않게 놀랐다고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취임 이후 한국축구를 향해 좋은 말만 하진 않았다. 때로는 공개적으로 쓴 소리도 했다. A매치뿐 아니라 국내서 열리는 다양한 경기를 보면서 한국축구가 더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부문의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가감 없이 의견을 개진했다. 19일 유소년 지도자들과의 세미나에서도 지난 2년간 한국축구를 보면서 느낀 점을 솔직하게 전했고, 한국축구 전체가 더 도약하기 위해 유소년 지도자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2년간 A대표팀을 이끌고 값진 성과를 일궜다. 2015호주아시안컵에선 준우승, 같은 해 동아시아대회(중국 우한)에선 우승을 차지했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도 승승장구하며 일찌감치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A대표팀뿐 아니라 한국축구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도 동분서주하며 진정한 리더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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