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현대 이정협(25·사진)이 모처럼 골 맛을 봤다. 소속팀 내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뽑은 리그 3호 골은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이정협은 한때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국가대표팀 감독의 총애를 받았다.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란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6월 유럽 원정 평가전 명단에 들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외면 속에 “스트라이커로서 득점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가 뒤따랐다. 대표팀 탈락이 자극제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지만, 5월 28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2호 골을 기록한 뒤 기나긴 골 가뭄에 시달렸다. 장신의 새 외국인선수 멘디가 합류한 뒤로는 벤치를 지키는 시간도 부쩍 늘었다.
이정협은 20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21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뒤 후반 24분 교체투입됐다. 0-3으로 일방적으로 뒤지자 울산 윤정환 감독은 앞선 2경기에 결장했던 이정협을 내세워 멘디와 투톱으로 기용했다. 이정협은 후반 42분 헤딩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며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살렸다.
윤 감독이 경기 전 “개인적으로 투톱보다는 원톱을 선호한다”며 “감독은 냉정하게 팀 성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로 향후 이정협의 출장시간이 좀더 줄어들 것임을 내비친 터였다. “멘디가 뛰면 동료들에게도 기회가 많이 간다”는 말로 이정협에 대한 아쉬움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면서 “경험이 부족하지만, 모자란 부분을 채워 빨리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이정협의 분발을 촉구했고, 이정협은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에서 기나긴 침묵을 깨는 골을 터트렸다.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이정협에게 이날의 골은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