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스텐손 ‘긍정의 닮은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21일 05시 45분


고진영. 스포츠동아DB
고진영. 스포츠동아DB
컷 탈락에도 오히려 “잘 쉬었다”
멀리 내다보고 다음 대회 준비


디오픈에서 첫 메이저대회 우승트로피를 거머쥔 헨릭 스텐손(스웨덴)과 국내 최대 상금이 걸린 BMW레이디스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고진영(21·넵스)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

스텐손과 고진영은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한번도 1인자가 된 적은 없다. 스텐손은 2013년 미국과 유럽 무대를 싹쓸이 했다. 1000만 달러의 보너스 상금이 걸린 페덱스컵과 유럽투어의 왕중왕전인 레이스 투 두바이 우승트로피를 양 손에 들었다. 그러나 최고의 해를 보낸 이듬해 아부다비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새로운 황제 후보로까지 평가받던 스텐손의 부진은 의외였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달랐다. “일찍 경기를 끝내 휴가가 생겼다”고 감사해했다.

고진영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8일 열린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오픈에서 타이틀 방어에 나섰다. 박성현, 이정민, 조윤지 등 경쟁자들이 US여자오픈 출전차 자리를 비운 덕에 타이틀 방어가 조금 더 수월해 보였다. 그러나 고진영은 2라운드를 끝낸 뒤 짐을 쌌다. 우승은커녕 컷 탈락해 디펜딩 챔피언으로써의 체면을 구겼다. 고진영은 이어진 BMW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지난주에는 대회에 나가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히려 잘 쉬었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조급하게 마음을 먹었더라면 더 큰 추락이 찾아왔을지도 모를 일. 그러나 멀리 내다보고 다음을 준비하면서 더 큰 영광을 누렸다. 긍정의 힘이다.

스텐손.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스텐손.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스텐손과 고진영은 이제 1인자라는 더 큰 목표를 향하고 있다. 새로운 동기부여는 자극제가 된다. 고진영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이 골프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아침과 점심이 다르다. 알 것 같은데도 안 되는 게 골프인 것 같다. 원하는 대로 된다면 골프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스텐손은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금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겨뤄 이기는 것”이라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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