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상자명단(DL)에 오른 류현진(29·LA 다저스)의 거취에 변화가 생길까. 현재 다저스의 상황은 류현진에게 좋지 않지만 선수를 포기할 상황은 아니다.
LA 다저스는 20일(한국시간) 류현진을 15일짜리 DL에 올렸다. 640일만의 복귀전이던 8일 샌디에이고전(4.2이닝 6실점) 부진 이후 후반기 첫 등판으로 예정된 21일 워싱턴전을 하루 앞둔 시기였다. 18일 불펜피칭에서 팔꿈치에 불편함을 느꼈지만 MRI(자기공명영상) 검사에서는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구단 공식 발표는 왼쪽 팔꿈치 건염이다. DL 등재는 복귀전 직후인 9일자로 소급 적용됐다. 언제까지 DL에 머물지 알 수는 없다. 지난해 5월 왼쪽 어깨 관절와순 손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류현진은 재기에 대한 우려를 털고 1년여 만에 마운드로 돌아왔으나 또 한 번 제자리걸음을 하게 됐다.
● 팔꿈치 통증의 실체, 예견된 수순?
어깨 수술을 받은 대부분의 투수들이 복귀 후 다른 부위에 통증을 호소하곤 한다. 투구 메커니즘의 핵심인 어깨에 손을 댈 경우, 투구 밸런스에 영향을 준다는 게 정설이다. 어깨가 아닌 팔꿈치에 통증이 온 류현진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한화 신경현 배터리코치나 선배이자 코치로 한솥밥을 먹은 송진우 KBS N 해설위원 모두 류현진의 복귀전을 본 뒤 “팔 스윙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예전처럼 공을 앞으로 끌고 나오지 못하고, 밀어 던지는 식의 ‘이상 현상’이다. 이는 다른 부위에 과부하를 부르게 된다. 어깨 부상을 가진 투수들이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팔꿈치나 팔뚝, 허벅지 등 “아픈 곳이 옮겨 다닌다”고 말하는 현상이다.
류현진도 위축된 팔 스윙이 팔꿈치에 무리를 준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앞으로다. 서두르지 말고 과거의 밸런스를 찾는데 온힘을 다해야 한다. 한 베테랑 감독은 “올해는 크게 재활의 한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본다. ‘빠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여유 없는 다저스, 류현진 입지 변화는?
그를 둘러싼 팀 상황도 좋지 않다. DL에 있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8)가 허리 통증으로 이날 재활 일정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샌프란시스코와 4.5경기차인 다저스는 여전히 지구 1위를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다저스가 시즌을 포기했다거나 승차에 여유가 있다면 선수에게 시간적 여유를 더 줄 것이다. 그러나 지구 1위를 노리는데 선발진에 약점이 있는, 류현진과는 팀 상황이 맞지 않는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저스는 커쇼나 류현진이 얼마나 빠질지 기간을 볼 것이다. 이에 따라 후반기 계획이 바뀌는 상황이다.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에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알렉스 우드나 브렛 앤더슨이 복귀를 앞두고 있지만, 믿고 기다릴만한 비중의 투수들이 아니다. 어떤 투수가 오냐에 따라 류현진의 향후 입지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송 위원은 “다행히 류현진은 계약이 2년 남았다. 지금 몸 상태론 트레이드시킬 수도 없고, 2년간 성과를 낸 선수이기에 포기하기엔 이르다. 당장이 아니더라도 살리는 방향으로 잡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다저스가 2018년까지 계약된 류현진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