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설계한 문우람, 이태양은 4회 조작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21일 14시 09분


넥센 문우람. 스포츠동아DB
넥센 문우람. 스포츠동아DB
검찰이 수사한 프로야구 승부조작의 실체는 매우 구체적이었다. 선수가 직접 승부조작을 제의했다는 게 충격적인 사실이다. 한 선수의 제의로 시작해, 이를 다른 투수가 실행에 옮겼고 모든 과정을 함께 협의한 브로커가 이를 불법스포츠도박 운영자에게 전달해 불법수익을 얻었다.

‘설계자’는 넥센 문우람(24·현 상무)이었고, ‘행동대장’은 NC 이태양(23)이었다.

창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경수)는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2015 KBO리그 4경기에서 유명 투수가 브로커와 결탁해 1회 고의 볼넷을 던지는 등 승부조작하고 그 대가로 불법스포츠도박베팅방 운영자로부터 고액의 금품을 받은 프로야구선수 2명, 브로커 1명, 불법스포츠도박베팅방 운영자 등 총 4명을 국민체육진흥법위반죄 등으로 인지해 브로커 1명을 구속 기소, 프로야구선수 1명과 베팅방 운영자 1명(별건 구속)을 각 불구속 기소, 군체육부대 소속 프로야구선수 1명을 군검찰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실체는 이렇다. 검찰에 따르면, 문우람이 직접 승부조작을 제의함과 동시에 브로커A씨(36)와 선수 사이에서 금품을 전달하는 역할까지 했다. 스포츠에이전시를 준비중이라며 선수들에게 접근한 브로커는 술과 식사 등을 제공하며 친분을 쌓았고, 이 과정에서 ‘설계자’ 역할을 한 문우람으로부터 승부조작 제의가 시작됐다.

단체경기로 승부 자체를 조작하기 힘든 특성상 ‘1회 볼넷’, ‘1회 실점’, ‘4이닝 오버(양팀 득점 합계 6점 이상) 등에 배당금을 지급하는 불법스포츠도박의 배당방식을 활용했다. 직접 실행에 옮긴 이태양이 1회 고의 볼넷, 1회 고의 실점 등을 자행했다. 창원지검 특수부는 “1회 볼넷을 던지거나 사구, 실투 등을 던져 몸이 아직 풀리지 않은 것처럼 가장함으로써 감독이나 관객이 조작을 눈치 채지 못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브로커 A씨는 베팅사무실 운영자 D씨(36)에게 정보를 제공했고, D씨는 이를 이용한 베팅으로 1억원의 수익을 얻었다. 5월 29일 광주 KIA-NC전에서 첫 승부조작이 성공했다. 이날 선발등판한 NC 이태양은 ‘1이닝 실점’을 청탁받고, 1회말 몸에 맞는 볼과 희생번트, 적시 2루타로 실점을 허용하며 조작에 성공했다.

브로커 A씨는 수익금 중 5000만원을 받아 이태양에게 현금 2000만원, 문우람에게 시가 600만원 상당의 고급시계와 명품의류 등 합계 1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제공했다.

이태양은 이후에도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계속 조작에 나섰다. 7월 31일 마산 넥센전에서 ‘4이닝 오버’를 청탁받았으나 1회 1실점 하는데 그치면서 조작에 실패했다. 8월 6일 마산 롯데전에서는 1이닝 볼넷을 약속하고, 2번째 타자 정훈에게 고의적으로 볼넷을 내줬다. 9월 15일 마산 kt전에서는 마찬가지로 1이닝 볼넷을 청탁받았으나, kt 타자들이 허무하게 아웃되면서 조작에 실패했다.

창원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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