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두 달여 전만해도 왕정훈(21·한국체대)을 아는 국내 골프팬은 많지 않았다. 5월 1일 그의 세계 랭킹은 133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다음 달 왕정훈은 한국을 대표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한다. 당초 올림픽 출전 대기 선수 1번이었던 그는 지난주 김경태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출전권을 물려받았다. 5월 유럽투어에서 2주 연속 우승하며 세계 랭킹을 74위까지 끌어올리지 못했다면 얻지 못할 성과였다.
브리티시오픈 출전을 마친 뒤 최근 귀국한 왕정훈은 “올해는 내게 행운이 넘치고 있다. 골프를 시작한 뒤 최고다. 그동안 중국, 아시아, 유럽투어를 뛰면서 외롭고 쓸쓸한 적도 많았지만 모두 보상 받은 느낌이다”고 기뻐했다.
그는 지난주 유럽에서 올림픽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을 때만해도 얼떨떨했었는데 귀국 후 비로소 올림픽에 간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19일과 20일 황열병 등의 예방주사를 5방이나 맞았다. 한국 선수단 단복도 맞춰야 한다. 골프 클럽도 다시 점검했다.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싶다. 목표는 크게 잡을수록 좋다고 배웠다. 그렇다고 허무맹랑한 건 아니다. 올림픽에 세계 랭킹 상위 선수들이 대거 불참해 내게도 기회는 올 것이다. 한국에 금메달을 안길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도 없다”고 말했다. 바람과 러프가 강한 유럽 투어에서 실력을 쌓은 왕정훈은 바닷가에 자리 잡아 해풍의 영향을 많이 받을 리우 올림픽 골프장에서 안정된 기량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림픽 준비를 하느라 하루해가 짧기만 하다는 왕정훈은 23일 미국으로 출국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 출전한다. 그는 “PGA챔피언십 출전도 큰 영광인데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올림픽을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실전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투어에서 뛰고 있는 안병훈(25)도 왕정훈과 함께 PGA챔피언십과 리우 올림픽에 잇따라 출전한다. PGA 챔피언십을 마치면 왕정훈은 친지가 있는 미국 뉴욕이나 안병훈의 집이 있는 올랜도에서 올림픽을 향한 마지막 조정훈련을 한 뒤 다음달 5일경 리우에 입성할 계획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필리핀으로 골프 유학을 떠난 왕정훈은 중학교 3학년 때 귀국했다. 국내 성적이 없어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없었던 그는 학창 시절 동료 선후배들의 가슴에 붙어있던 태극마크를 부러워했다. 이제 ‘KOREA’라고 적힌 모자를 처음으로 쓰고 ‘꿈의 무대’ 올림픽에 나서게 된 그의 마음은 벌써 리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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