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위 쿤 당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1983년 뉴욕 양키스의 전설 미키 맨틀(1931~1995)에게 영구 제명 처분을 내렸다. 이유는 도박. 1983년은 맨틀이 통산 536홈런을 남기고 은퇴한 지 15년이 지난 뒤였다. 수사 당국에서 뒤늦게 현역 시절 도박 사실을 알아낸 걸까.
아니었다. 맨틀은 은퇴 후 뉴저지에 있는 한 골프장에서 홍보대사로 일했다. 문제가 된 건 이 골프장 소유주가 카지노 회사라는 점이었다. 메이저리그 규정 어디에도 맨틀을 처벌할 근거가 없었지만 쿤 커미셔너는 직권으로 징계를 내렸다. 쿤 커미셔너는 ‘야구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라고 징계 이유를 설명했다.
맨틀은 1985년 다시 복권됐지만 이 사례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도박 문제에 얼마나 엄격하게 대처하는지를 보여준다. 메이저리그는 1919년 월드시리즈 때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승부 조작에 가담한 ‘블랙 삭스’ 스캔들로 몸살을 앓았다. 이 사건 조사가 끝난 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선수, 심판, 구단 직원은 야구와 관련된 어떤 도박에도 참여할 수 없다. 이 내용을 더그아웃에 게시해 놓아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규정도 강화됐다. 온라인에서 가상으로 선수를 사고파는 ‘판타지 게임’은 도박과 성격이 다르지만 상금이 걸려 있다면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이 게임에도 참여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MLBPA)는 이런 내용을 담아 지난해 4월 단체협약(CBA)을 개정했다. 규약이 바뀐 뒤 각 구단은 선수 사물함마다 이 사실을 알리는 쪽지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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