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 문우람·‘행동대장’ 이태양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22일 05시 45분


승부조작의 ‘설계자’인 문우람(왼쪽)과 ‘행동대장’인 NC 이태양은 넥센에 함께 몸담고 있었을 때부터 친분을 쌓은 관계였다. 이런 우정이 빗나간 방향으로 표출되며 KBO리그 전체를 진흙탕에 빠뜨렸다. 스포츠동아DB
승부조작의 ‘설계자’인 문우람(왼쪽)과 ‘행동대장’인 NC 이태양은 넥센에 함께 몸담고 있었을 때부터 친분을 쌓은 관계였다. 이런 우정이 빗나간 방향으로 표출되며 KBO리그 전체를 진흙탕에 빠뜨렸다. 스포츠동아DB
■ 선수가 브로커에게 승부조작 제의…금액 커지고 수법도 다양해졌다

문우람이 ‘판’ 설계하고 금품 전달책 역할
작년 5월29일 KIA-NC전 등 4차례 조작
7월 31일 넥센전 4이닝오버 베팅 실패땐
손해본 운영자 최씨, 이태양 구타·협박도


검찰이 밝힌 승부조작 실체는 매우 구체적이었고,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 선수가 직접 승부조작을 제의했고, 대가로 오간 금품은 물론 조작방법조차 다양해졌다. 조작의 ‘설계자’는 넥센 문우람(24·현 국군체육부대)이었고, ‘행동대장’은 NC 이태양(23)이었다. 이태양은 조작 실패로 협박을 받는 등 한 번 발을 들이자 빠져나올 수도 없었다.

창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경수)는 21일 지난해 KBO리그 4경기에서 벌어진 승부조작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검찰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브로커 조모씨를 구속 기소, 직접 실행에 옮긴 이태양과 베팅방 운영자 최모씨(36·별건 구속)를 불구속 기소하고, 국군체육부대 소속인 문우람은 군 검찰에 이첩했다.

사건의 실체는 이렇다. 검찰에 따르면, 문우람이 직접 승부조작을 제의함과 동시에 브로커 조모씨(36)와 선수 사이에서 금품을 전달하는 역할까지 했다. 놀랍게도 통상적인 승부조작 사건과 달리 선수가 판을 ‘설계’했다. 문우람과 조씨는 2014년 11월경 처음 만난 사이로 문우람의 제의로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승부 자체를 조작하기 힘든 야구의 특성상 ‘1회 볼넷’, ‘1회 실점’, ‘4이닝 오버’(양 팀 득점 합계 6점 이상) 등에 배당금을 지급하는 불법스포츠도박의 배당방식을 활용했고, 이태양이 1회 고의 볼넷, 1회 고의 실점 등을 자행했다. 이태양은 볼넷이나 사구, 실투 등으로 몸이 덜 풀린 것처럼 가장했다.

4년 전과 달라진 점은 승부조작의 패턴이 진화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2012년 적발된 조작은 1회 볼넷 정도로 단순화돼 있었고, 대가도 500만원, 700만원으로 비교적 소액이었다. 본건은 조작방법이 다양해졌고, 수수액도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당히 고액이다”고 밝혔다.

브로커 조씨는 베팅사무실 운영자 최씨에게 정보를 제공했고, 최씨는 2015년 5월29일 광주 KIA-NC전에서 이를 이용한 베팅으로 1억원의 수익을 얻었다. 문우람과 이태양, 조씨는 일주일 전에 만나 유흥업소에서 범행을 모의했다.

이날 이태양은 ‘1이닝 실점’을 청탁받고, 1회말 몸에 맞는 볼과 희생번트, 적시 2루타로 실점을 허용하며 조작에 성공했다. 최씨는 1억원을 베팅해 2억원을 받았고, 수익금 중 절반인 5000만원을 조씨에게 전달했다. 조씨는 재차 이태양에게 현금 2000만원, 문우람에게 시가 600만원 상당의 고급시계와 명품의류 등 합계 1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제공했다.

문우람 범행 부인…검찰 “증거자료 확보”

이태양은 이후 스스로 브로커와 접촉 해 범행에 나섰다. 7월31일 마산 넥센전서 ‘4이닝 오버’를 두고 2억원을 베팅한 게 실패로 돌아가 손해를 많이 보자, 돈을 댄 최씨가 이태양을 구타하고 협박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태양은 이후 8월6일 마산 롯데전서 1이닝 볼넷을 약속하고 2번째 타자 정훈에게 고의적으로 볼넷을 내줬다. 이날은 수익금이 손해를 보전하는데 들어가 대가를 받지못했다. 9월15일 마산 kt전에서는 마찬가지로 1이닝 볼넷을 청탁받았으나, kt타자들이 허무하게 아웃되면서 조작에 실패했다.

자수한 이태양과 달리 문우람은 현재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다른 진술은 모두 일치한다. 증거자료도 확보돼 있다. 혐의를 부인한 선수에대해선 군 검찰에서 기소여부를 결정할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우람은 검찰 조사에서 돈이 담긴 클러치백을 전달하면서 안에 돈이 들어있던 걸 몰랐다며 부인했다. 1000만원 상당의 금품에 대해선 대가성이 없는 선물이라고 진술했다.

창원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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