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팀의 ‘극과 극’ 분위기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23일 광양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 수원삼성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22라운드. 9·10위의 만남은 내용과 결과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홈 팀은 이길 수 있는 자격을 보여줬고, 원정 팀은 패배가 당연했다. 3-0으로 승리한 전남은 6승7무9패(승점 25)로 9위에 오르며 5승9무8패(승점 24)의 수원(10위)과 순위를 맞바꿨다.
● 전남, ‘반등의 약속’을 지키다
최하위권을 맴돌며 위기감이 감돌던 지난 6월. 전남 노상래 감독은 “우린 달라진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 약속을 지켰다. 6월 이후 이날 수원전까지 10경기에서 5승2무3패를 수확했다. 특히 최근 4경기에서 3승1무를 휩쓸었다. 비록 4강 진출에 실패하긴 했지만 ‘천적’ FC서울과의 FA컵 8강 원정에서도 연장 혈투까지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5골·4도움을 올리며 시즌 전반기를 책임진 오르샤가 중국으로 떠나고, 베테랑 스트라이커 스테보와 결별했지만 공백은 없었다. 영건과 새로 수혈한 용병들의 활약 덕분이다. 김영욱,배천석, 안용우 등 젊은피들이 제 몫을 하고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새로 가세한 브라질 공격수 자일은 합류 후 치른 수원전을 포함해 3경기에서 2골·1도움을 했다. 여기에 수비수 토미도 2경기 연속 무실점의 든든한 뒷문 구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뒷심도 좋아졌다. 22라운드까지 전남은 25골을 뽑았다. 절대적인 득점수는 많지 않아도 후반 31분 이후 경기종료까지 15분 사이에 총 7골을 성공시켰다. 16일 수원FC와 정규리그 20라운드 원정(2-1 승)에서 나온 2골 모두 이 시점에 터졌다. 노 감독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 갈 길이 아직 길지만 예전처럼 무기력함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수원, 고통스러운 롤러코스터
연패는 있는데, 연승은 없다. 수원의 참담한 현실이다. 주중 상주상무 원정에서 1-0 승리를 거둔 수원은 곧장 광양으로 이동해 이날 경기를 대비했다. 선수단의 피로회복과 불필요한 체력소모를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또 졌다. 수원 서정원 감독은 참담한 패배가 반복될 때마다 “이래선 안 된다”고 부르짖지만 거듭되는 실수에 번번이 발목을 잡힌다. 전남 원정에선 수비형 미드필더 이종성과 산토스의 연속 미스로 내리 실점했다. ‘안 되는’ 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두 자릿수 순위(10위)는 치욕에 가깝다. 스플릿 라운드 돌입까지 8경기 남았다. 이대로라면 상위리그(1∼6위) 진입은커녕, 하위리그(7∼12위)에서 불가피한 강등권 경쟁을 펼칠 지도 모른다. 11위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격차는 승점 2에 불과하다. 1경기로 가장 우려한 상황이 현실이 될 수 있는 처지다. 위대한 역사를 만드는 건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전통의 명가’를 자임하던 수원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