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 출전에 실패한 한국 남녀 농구 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국제 경쟁력을 되찾는 것이다.
그런데 3년 전에도 같은 목소리가 있었다. 당시 농구협회장에 취임한 방열 회장은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방 회장은 공약 실천을 위해 상비군 체제 상시 운영, 국제 대회 유치 등의 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지켜진 건 손에 꼽을 정도다.
실패 이유야 많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재원 부족이다. 지난해 농구협회 예산 명세를 보면 54억 원가량의 지출 항목에서 경쟁력 강화에 책정된 돈은 불과 3억 원이다. 그나마도 실제로 쓴 돈은 2017년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대회 유치 비용으로 지출한 3300만 원이 전부다. 나머지는 올해로 이월됐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올해 예산에는 아예 경쟁력 강화 지출 항목이 없어졌다.
농구협회는 대한체육회의 보조금, 유니폼 광고 등의 사업 수입, 이자 수익 등으로 1년 예산을 꾸린다. 협회 운영비나 각종 국내 대회 개최 비용 등에 예산을 집중하다 보니 대표팀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투자에는 인색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협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늘 한국보다 아래라고 평가받아 온 일본 농구는 180도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농구협회(JBA)는 최근 남녀 농구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Japan Basketball Standard 2016’을 기획하고 발 빠르게 실행에 들어갔다. 일본 농구의 보이지 않는 벽과 경계를 허물고 아시아 벽을 넘겠다는 취지의 슬로건(Break the Border)을 걸고 JBA 100주년을 맞는 2030년까지 일본 대표팀의 기량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계획도 구체적이다. 남자는 2020년까지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를 3명 이상 배출하고, 2019년 농구 월드컵 본선과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자력 출전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2024년까지 NBA 선수 5명 이상 배출, 2023년 농구 월드컵 16강이라는 2차 목표도 세웠다. 여자도 2020년까지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선수를 5명 이상 배출하고, 2018년 여자 농구 월드컵과 2020년 올림픽에서 메달권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계무대에서 통하는 선수를 발굴해 최고의 시장에 내놓고, 단계적으로 세계 대회에서 성적을 내겠다는 포석이다.
전략도 이미 짜 놓은 상태다. 남녀 대표팀 모두 2024년까지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20위권 내의 국가 대표팀들과 매년 국내외에서 10여 차례 평가전을 연다는 것이다. 또 2020년부터 2024년까지는 세계 최강인 미국 대표팀을 일본으로 불러 1, 2차례 평가전을 여는 청사진도 있다.
결코 말만 거창한 계획이 아니다. 일본프로리그 등과의 공동 마케팅을 통해 대표팀 경기력 강화를 위한 사업 예산을 100억 엔(약 1070억 원)까지 늘리고, 사무국 지원 인원을 70명으로 늘리는 방안이 그 근거다.
올 1월 통합 출범한 대한민국농구협회가 새 회장 선출을 앞두고 있다. 현재 임시 통합 회장인 방 회장의 임기는 9월 30일까지다. 새 집행부에 대한 기대는 당연히 아시아권에서도 중동과 중국, 필리핀, 일본 등에 밀린 대표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일본의 ‘대계’를 보면서 우리 농구인들도 이제 달라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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