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여름 베이징에서 ‘태영이 형’과 함께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 섰던 기계체조 국가대표 유원철(32·경남체육회). 8년이 지난 다음 달 그는 ‘양태영 코치’와 함께 두 번째이자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에 나선다.
첫 번째 올림픽에서 유원철은 은메달을 따냈다. 그때까지 출전하는 국제대회마다 늘 순위권에 올랐기에 ‘내 기술만 하면 메달이다’라는 자신감으로 가득 찼던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도 당연히 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는 대표 선발전에서 허무하게 탈락했다.
지난해 그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윤창선 기계체조 국가대표 감독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윤 감독은 “런던 올림픽 때 (양)학선이가 금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단체전에서 한국의 성적은 꼴등이었어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을 얻으려면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8위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 했는데 상황은 쉽지 않았죠. (유)원철이에게 후배들을 위해 한 번 더 뛸 수 없겠느냐고 부탁을 했죠. 스스로도 한 번 더 해보고자 하는 열의가 있었고요”라고 회상했다.
그렇게 유원철은 2015년 1월 다시 태릉으로 돌아왔고 한국 대표팀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7위에 오르며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전 종목(마루 안마 링 도마 평행봉 철봉)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베테랑 유원철의 공이 컸다.
2010년 부상으로 은퇴하기 전까지 체조 단체전에서 에이스 역할을 했던 양태영 코치(36)는 어려운 시기에 대표팀 주장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유원철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한국 체조 위상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들 하잖아요. 저변도 많이 좁아진 게 사실이고요. 사실 모든 선수가 자기가 잘하는 종목만 하고 싶어 하지 약한 종목은 안 하고 싶어 하거든요. 그런데 단체전을 잘해야 종목별 결선도 많이 진출할 수 있고, 또 그래야 개인전 성적도 잘 나와요. 한국체조 위상도 올라가고요. 힘이 들지만 단체전 성적이 잘 나와야 팀 분위기도 살아요. 그런 부분에서 원철이가 맏형 역할을 정말 잘하고 있어요.”
유원철은 역대 올림픽에 출전했던 기계체조 국가대표 선수 중 나이가 가장 많다.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어린 김한솔(21·한체대)과는 열한 살 차이다. 어린 선수들과 운동하는 기분을 물으니 그는 “한 세 살만 젊어지고 싶다”며 웃었다. 하지만 양 코치는 “원철이가 한솔이보다 오히려 체력에서는 앞선다”며 “그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하기 때문에 더 나이 들어서까지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결혼해 딸을 얻은 유원철이 고된 선수촌 생활을 다시 결심한 것 역시 운동 욕심 때문이다. 유원철은 “서른이 넘고부터 ‘체조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럴 때마다 정말 싫었어요. 나중에 후배들이 ‘나도 원철이 형처럼 오래 운동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양 코치는 리우 올림픽이 지도자로 맞는 두 번째 올림픽이다. 양 코치는 “런던 때는 아무것도 몰랐죠. 저도 지도자로서 배우는 입장이었으니. 이제야 선수들이 생각대로 따라와 준다는 느낌이 조금씩 들기 시작해요”라고 했다. 물론 선수 시절 운동량이 많기로 유명했던 양 코치로서는 조금만 더 해줬으면 하는 부분도 없진 않지만 지도자와 선수 사이에서 현명한 답을 찾으려 노력한다고 했다.
“대체로 선수들은 부상이 있는데도 훈련을 해요. 만성이 되면 더 힘들어지니까 선수가 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밀어붙이되 많이 아파하기 전에는 풀어주죠.”
올림픽 개막을 눈앞에 두고 양 코치가 가장 신경을 쓰는 건 선수들이 경기 당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무대에 서는 것이다. 양 코치는 그 누구보다 ‘과욕은 금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2008년에 진짜 컨디션이 좋았어요. 3월도 되기 전에 올림픽 때 할 기술을 다 마스터했죠. 욕심이 정말 많았어요. 2004년 오심 논란을 겪고 그런 일이 없으려면 결국 제가 모든 기술을 더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초반부터 너무 밀어붙이다 보니 허리 부상이 오면서 정작 체력훈련을 제대로 못 했어요. 결국 올림픽 때는 체력이 다 떨어져버렸죠.”
체조 대표팀은 27일 리우행 비행기에 오른다. 선수들은 이미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치의 기술을 완성한 지 오래다. 남은 건 자신이 소화하는 기술의 실패율이 0%가 될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것이다. 양 코치 역시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강조한다. 양 코치는 “긴장을 하면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실수가 나오곤 한다”며 “원철이가 후배 선수들에게 그런 심리적인 부분을 더 많이 얘기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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