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팀이 특정요일에 승률이 좋다면 그것은 기본적으로 우연에 가까운 결과로 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승률이 유독 좋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그 특정요일이 6연전의 서막에 해당하는 화요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화요일 경기를 잡으면 한 주일을 여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심적 토대가 확보된다. 분위기를 많이 타는 KBO리그의 속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감독들은 화요일 경기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주말로 갈수록 힘을 집중시키는 넥센 정도가 예외다.
두산이 KBO리그를 지배하는 1위가 될 자격은 화요일 승률로 증명된다. 두산은 올 시즌 화요일 경기에서 단 1패도 당하지 않고 15전 전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내고 있다. 지난해 9월22일 사직 롯데전부터 세면 화요일 16연승이다. 특정요일 최다 연승은 1985년 삼성의 수요일 16연승인데, 이제 두산이 26일 그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두산은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원정을 7-1로 승리해 화요일 16연승을 달성했다. 기록도 뜻 깊지만 외국인투수 마이클 보우덴(30)이 노히트노런 후유증을 털어냈다는 데 가치를 둘 수 있다.
보우덴은 6월30일 잠실 NC전에서 9이닝 3볼넷 무안타 무실점 9삼진의 노히트노런 피칭을 해냈다. 그런데 이 대기록을 이루기 위해 무려 139구를 던졌다. 보우덴의 투구수를 대체로 100개 안팎에서 끊어주는 것을 고려하면 위험할 정도로 많았던 투구수 증가였다.
실제 두산은 2015년 마야가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뒤 난조를 거듭하다 퇴출됐던 아픈 과거가 있다. 당시 마야는 136구를 던졌다. 그런 전례를 알기에 두산 김태형 감독은 조심스러웠지만 일생일대의 대기록을 선수가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제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 보우덴은 이후 3차례 등판에서 모조리 패전을 떠안았다. 노히트노런 이후 다음 피칭을 7월8일(KIA전)까지 늦춰줬으나 3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7월14일 NC전(6이닝 4실점)과 20일 삼성전(7이닝 5실점)도 기대를 밑돌았다.
그러나 26일 넥센전은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다. 1회부터 허경민이 2점홈런을 터뜨려 보우덴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두산 타선은 오재일(2회) 에반스(3회) 민병헌(7회) 등 홈런 4방으로 흐름을 확실히 잡았다. 시즌 11승(6패)을 거둔 보우덴은 “노히트노런 이후 후유증은 느낄 수 없었다. 최근 3경기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에선 SK가 한화를 9-4로 꺾었다. 타선에선 마이너리그 유턴파 신인 김동엽이 데뷔 첫 홈런(3점) 포함 2안타 5타점을 기록했고, 정의윤은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시즌 20홈런을 기록했다. 광주에서는 KIA가 kt를 13-0으로 완파했다. 나지완은 선제 3점홈런으로 3년 만에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대구에선 NC가 삼성을 5-4로 제쳤다. NC 에릭 테임즈는 4-4로 맞선 9회초 솔로홈런(29호)을 때려내고 팀 승리를 책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