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두산은 사실상 외국인타자 없이 가을야구를 치렀다. 포스트시즌 엔트리 한자리를 차지했던 외국인타자는 데이빈슨 로메로. 잭 루츠가 성적부진으로 5월 퇴출된 이후 영입한 로메로는 76경기에서 타율 0.253에 그친데 이어 두산이 치른 포스트시즌 13경기 중 7게임(0.235 2타점)에만 모습을 보이며 가을야구의 들러리로 전락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 유니폼을 입은 닉 에반스(30)를 향한 시선 역시 앞선 사례들 때문에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았다. 4월 1할대 타율(0.164)에 머물 때만해도 그를 둘러싼 기류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4월말 2군행 이후 5월부터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자 걱정은 기대로 바뀌기 시작했다. 19일까지 홈런 19개(팀 내 2위)와 타율 0.299를 기록하며 어느덧 복덩이로 떠오른 에반스. 그의 방망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두산의 암울했던 외국인타자 잔혹사를 지워낼 수 있다는데 있다.
두산은 각 팀이 외국인투수 2명과 외국인타자 1명씩을 보유할 수 있었던 2014년부터 유독 타자와는 좋은 기억이 없었다. 한때 타이론 우즈(1998~2002년)라는 거물급 선수를 보유하며 남부럽지 않은 타선을 자랑하기도 했지만 최근 3년간 외국인타자와는 좋은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3년 마이크 쿨바를 시작으로 2004년 이지 알칸트라, 2009년 맷 왓슨, 2014년 호르헤 칸투까지 기대를 충족시킨 외국인타자는 전무했다. 지난해 루츠와 로메로도 마찬가지.
두산과 함께 근래 상위권을 유지했던 팀들의 외국인타자들과 비교할 땐 어깨가 더욱 움츠러들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했던 삼성은 48홈런에 빛나는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를 보유했고, 올해 선두다툼을 벌이는 NC는 에릭 테임즈라는 거포로 3년 내내 재미를 보고 있다.
경쟁팀들의 복덩이들을 먼발치에서 지켜만 봐야했던 두산은 올 시즌 에반스를 앞세워 더욱 탄탄한 중심타선을 운영하고 있다. 우려가 됐던 1루 수비 역시 합격점을 받아 오재일과 교차 출전이 가능해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에반스의 방망이가 시즌 막판까지 두산 타선을 이끌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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