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외야수 강지광(26)은 ‘트랜스포머’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09년 2차신인지명회의 3라운드(20번)에서 LG의 지명을 받을 때만 해도 전도유망한 강속구 투수였다. 그러나 팔꿈치 부상에 발목 잡혀 단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11~2012년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마친 뒤에도 회복이 더뎌 결국 타자로 전향했고, 2013년 11월 2차드래프트를 통해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무조건 뽑아야 한다고 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의 회상이다.
넥센 이적 후 이름을 알리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14년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부터 장타쇼를 선보이더니 그 해 시범경기 12게임에서도 홈런 3개를 터트리며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2군 2경기 만에 손가락을 다쳤고, 1군 데뷔전인 2014년 5월22일 한화전에서 수비 도중 오른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2차례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다. 지난해에는 1군 13경기에 나섰으나, 5월24일 목동 NC전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해 7월 무릎 연골수술을 받아 또 시즌 아웃됐다. ‘봄스타’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붙었다.
절치부심한 강지광은 올해 캠프에서 누구보다 성실히 훈련했다. 염 감독도 “제2의 박재홍으로 성장할 자질을 갖췄다”며 강지광을 격려했다. 정규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들진 못했지만, 꾸준히 2군경기에 나서며 실전감각을 키웠다. 케이블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11일 고척 두산과 2군경기에선 멀티홈런을 터트렸다. 바로 다음날 “1군에 합류하라”는 기분 좋은 명령이 떨어졌고, 19일 엔트리에 등록됐다.
1군과 2군은 확연히 달랐다. 어이없는 주루사로 흐름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그러나 염 감독은 강지광을 믿고 기다려줬다. 결국 27일 고척 두산전에서 기다리던 1군 데뷔 첫 홈런이 나왔다. 팀이 2-3으로 뒤진 2회말 무사 1루에서 유희관의 시속 124㎞ 직구를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1군 데뷔전부터 첫 홈런까지 무려 797일의 시간이 걸렸다. 긴 터널에서 빠져나온 순간이었다. 3타수2안타2타점의 활약으로 팀의 9-4 승리를 도왔으니 기쁨은 두 배였다. 강지광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며 “첫 홈런이 나왔으니 앞으로 야구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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