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트와 현장은 프로구단의 양대축이다. 종목을 불문하고 마찬가지다. 프런트의 역할은 현장의 도우미에 불과할 것 같지만, 실제로 칼을 쥐고 있는 쪽은 프런트다. 현장 지도자의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다. 물론 프런트가 강한 구단이 무조건 좋은 구단은 아니다. 팀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프런트와 현장이 적절한 힘의 균형 속에 조화를 이뤄야 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를 둘러봐도 명문구단의 프런트는 똑똑한 경우가 많다. 장기적으로 팀의 비전을 짜고, 효율적으로 선수단을 구성하고, 탁월한 지도자를 선택해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프런트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현장과의 충분한 소통과 신뢰관계 구축은 기본이다.
2014시즌과 2015시즌 연속해서 클래식(1부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수원삼성은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22라운드까지 승점 24로 10위에 처져있다. 11위 인천 유나이티드에 고작 승점 2점 앞서있을 뿐이다. K리그를 대표하는 ‘리딩 클럽’이지만, 올해는 상위 스플릿 진출은커녕 내년 챌린지(2부리그) 강등을 걱정해야 할 처지로 전락했다.
수원은 2014년 4월 경영 투명성 제고라는 명분에 따라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뀐 뒤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2년간 준우승을 차지하며 끄덕 없었던 수원이 올 시즌 유독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부족함 없이 돈을 쓰던 수원이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3년째에 그 여파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는 시선도 있고, 현장의 지도력과 선수들의 면면이 예전만 못하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정말 그것만이 답일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프런트 파워’다. 수원 김준식 대표이사는 ‘글로벌 홍보마케팅 전문가’로 불리던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이다. 박창수 단장은 제일기획 상무를 지냈다. 축구와 전혀 무관한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초 나란히 부임했다. 이례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업무의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장과 단장을 동시에 바꾸지 않는 편이지만, 제일기획의 선택은 남달랐다.
김 대표는 부임 직후부터 “내가 (수원에) 온 이유는 구단의 적자를 50% 줄이기 위해서다”는 말을 대놓고 하고 다녔다. 구단 직원과 선수단 등 ‘수원 가족’뿐 아니라, 축구계 사람이라면 웬만큼 다 아는 사실이다. 실제로 자신의 임무가 그렇더라도, 프런트 수장으로서 과연 적절한 말일까. 효율적 팀 운영이나 수긍할 만한 성적 유지보다는 오직 ‘적자 줄이기’에만 매몰된 듯한 얘기처럼 들린다. 김 대표 취임 이후 구단의 적자가 50% 줄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수원 구성원들의 사기 또한 반 토막이 나지 않았을까.
달라진 수원 프런트를 보여주는 상징적 풍경이 있다. 대개 경기가 끝나면 승패에 상관없이 각 구단 고위관계자는 그라운드로 내려가 소속 선수들을 격려한다. 이기면 축하하고, 지면 힘내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올해 수원은 그렇지 않다. 패하면 고위임원을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겼을 때는 환한 얼굴로 나서지만, 정작 힘이 필요할 때는 외면한다. ‘프로는 돈’이라지만,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 수원의 추락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