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2016 리우올림픽] 런던대회 출전했던 박주영-정성룡
“팀에 자연스럽게 녹아 부담 없었다”… 마음의 짐 덜면서 맹활약… 메달 안겨
형님들에 대한 지나친 기대 줄이는게 와일드카드 잔혹사 끊은 4년전 교훈
한국 축구는 올림픽에서 꽤 오랫동안 ‘와일드카드(팀당 3명씩 선발할 수 있는 24세 이상 선수) 잔혹사’에 시달렸다.
와일드카드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됐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이임생이 부상으로 하차하면서 부상과의 악연이 시작됐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는 홍명보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송종국과 김남일이 올림픽 개막 전 부상으로 낙마했다.
올림픽 본선 경기에 출전했던 황선홍과 유상철 등의 활약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나친 부담감에다 팀에 늦게 합류한 탓에 후배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와일드카드 징크스를 끊어버린 건 4년 전 런던 올림픽부터였다. 홍명보호는 일본을 꺾고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맏형’ 박주영(31·서울)은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결승골을 뽑아냈다. 좋은 흐름은 2년 뒤로 이어졌다.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런던 올림픽과 인천 아시아경기의 와일드카드 구성에는 공통점이 있다. 골키퍼가 포함된 것이었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정성룡(31·가와사키)이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막아냈다. 인천 아시아경기에서는 김승규(26·고베)가 골문을 든든히 지켰다. 특히 태국과의 준결승 경기에서의 슈퍼세이브가 빛났다.
런던 올림픽 홍명보호 멤버 김보경(27·전북)은 “골키퍼가 결정적인 골을 막아주면 더 힘이 났다. 골문이 든든해 마음 편히 뛸 수 있었다. 골키퍼를 와일드카드로 정한 건 신의 한 수였다”고 떠올린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는 신태용호엔 손흥민(24·토트넘), 석현준(25·포르투), 장현수(23·광저우 푸리)가 와일드카드로 합류한다. 공격수 2명에 수비수 1명으로 골키퍼는 없다.
신태용 감독은 와일드카드 성공 사례를 이어가기 위해 다른 전략을 택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구성윤(22·삿포로), 김동준(22·성남) 등 와일드카드가 아닌 두 골키퍼의 실력에 신뢰를 보냈다. 그 대신 부족한 득점력을 와일드카드로 뽑은 월드컵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로 보완하려는 것이다. 공격 축구를 선호하는 신 감독의 색깔이 반영된 결과다.
카드 게임에서 ‘와일드카드’란 어떤 용도로도 쓸 수 있는 비장의 카드를 말한다. 그만큼 와일드카드 선수들에게 쏠리는 기대가 크다. 경기장에서의 맹활약은 물론이고 경기장 밖에서도 리더십을 요구받는다.
런던 올림픽에서 와일드카드로 뛰었던 김창수(31·전북)는 “처음 올림픽 팀에 합류했을 때 부담이 컸다. 기존의 팀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데 선수들이 내 부담을 많이 덜어줬다”고 말했다.
김보경은 “와일드카드가 온다고 해서 의존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팀이 급격히 바뀌지도 않았다. 또래 동료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런 부분이 와일드카드 선배들을 더 편하게 해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와일드카드에 대한 기대를 줄이는 것, 기존 선수 이상으로 부담을 주지 않는 것. 4년 전 성공 사례에서 되돌아본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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