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구성된 난민팀(Refugee Olympic Team) 소속으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된 라미 아니스의 각오는 비장했다. 아니스는 3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0년 열리는 다음 올림픽(도쿄)에는 전 세계 난민이 사라져, 각자의 국기를 달고 출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그러기 위해) 학살이 중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리아 수영 선수였던 그는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면서 터키로 탈출했고, 지난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뒤 벨기에서 살고 있다. 아니스는 이번 대회에서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난민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내전 등으로 모국을 떠난 난민 선수들로 난민팀을 구성했다. 리우 올림픽에는 아니스를 포함해 시리아 수영 선수 2명, 콩고민주공화국 유도 선수 2명, 남수단 육상 선수 5명, 에티오피아 육상 선수 1명 등 모두 10명이 난민팀 이름으로 출전한다. 이들은 국기 대신 오륜기를 가슴에 단다.
목숨을 걸고 에게해를 건너 시리아를 탈출한 수영 선수 유스라 마르디니는 “IOC의 지원을 받기 전 나는 수영복과 수영모도 없었다.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콩고 출신 유도 선수 포플레 미셍가는 어릴 적 헤어진 남동생을 떠올리며 “텔레비전으로 이 모습을 보고 있다면 올림픽 티켓을 사서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9살 때 콩고 내전으로 가족과 떨어진 뒤 숲 속에서 8일 동안 숨어있다 구조됐다. 역시 콩고 내전으로 부모를 잃은 여자 유도 선수 욜란데 마비카 부카사는 “우리는 전에 없던 역사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것은 스포츠를 위한 투쟁이 아니라 삶을 위한 투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난민팀 선수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하기 전 단체로 리우데자네이루의 관광명소인 코르코바두사산의 예수상을 구경하며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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