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김재환(28)이 좌익수를 봐줘야 야수진의 교통정리가 된다. 그래야 닉 에반스가 지명타자, 오재일이 1루수로 들어가서 ‘빅3 거포’를 모두 가동할 수 있게 된다. 정수빈이 최고의 외야수비 능력을 자랑하지만 타격 침체가 길어지며 김재환의 좌익수 출장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김재환의 수비가 아무래도 불안하다는 데 있다. 평범한 타구를 놓쳐서 벤치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럼에도 두산 김태형 감독은 김재환의 좌익수 출전을 접지 않았다. 김재환의 수비력이 아니라 공격력을 보고 쓰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김재환이 7월 31일 한화전에서 수비로 팀을 구해내는 ‘이변’을 연출했다. 1회 한화 1번타자 정근우의 빨랫줄 타구를 전력 질주해 캐치해냈다. 이어 두산 우익수 박건우도 한화 2번타자 이용규의 우측 담장 직격타구를 건져 올렸다. 한화가 이 두 명의 테이블세터 출루 이후 득점력이 배가되는 패턴을 고려할 때 결정적 수비였다. 김재환은 4회에는 이용규의 안타가 될 수 있는 타구까지 캐치해냈다. 한화의 테이블세터가 두산 수비에 묶이자 득점 루트가 봉쇄됐다.
두산 선발 마이클 보우덴은 수비의 지원에 힘입어 4회까지 퍼펙트 행진을 하는 등, 안정감(7이닝 3실점)을 보여줬다. 시즌 12승(6패)을 거뒀고, KIA 양현종과 탈삼진 공동 1위(103개)로 올라섰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5회 공격 중 벤치를 박차고 나와 심판진에게 ‘보우덴이 옷 속에 이물질을 넣고 투구하는지 알아봐 달라’는 항의를 했으나 보우덴과 두산 선수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김재환은 3번타자로 나서 타격에서도 5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두산은 10-4로 승리해 4연패에서 탈출하며 60승에 선착했다. 두산의 60승 선착은 창단 후 처음이다. 과거 통계로 봤을 때, 60승 선착팀의 정규시즌 1위 확률은 76%,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60%였다.
김재환은 경기 직후 “1회 결승타점은 한화 선발 서캠프가 초구에 변화구를 던져 그 다음에는 직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타로 맞았다. (팀내 최다인 결승타 10개는) 동료 선수들이 중요한 순간에 출루를 해줬고, 타격코치님도 ‘아웃 당해도 자신 있게 치라’는 조언이 도움이 됐다. 수비는 실수해도 좋으니까 자신 있게 하라는 감독님 말씀 덕에 부담을 덜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