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男100m 첫 자력출전 대단…내 몫까지 뛰어주렴”
고1때 육상선수로 만났던 너와 나, 당시 네 실력은 부러움 그 자체였지
힘든 100m 한국신 깼던 것처럼 잘할거라 믿지만 내가 더 떨리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금메달을 꿈꾸고 있는 봅슬레이 국가대표 서영우(25·경기도BS경기연맹). 그는 이번 리우데자네이루 여름 올림픽에서 또 하나의 꿈을 꾸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함께 육상 선수로 뛰었던 김국영(25·광주시청)이 메달을 땄으면 하는 기대다. 육상을 중도 포기한 그에게 김국영의 메달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국영의 선전을 기원하는 서영우와의 인터뷰를 편지 형식으로 정리했다. 》
네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내가 육상을 막 시작했던 고등학교 1학년 때였지. 우리 코치님이 너한테 나를 소개하면서 하신 말씀이 기억이 난다. “나중에 네 라이벌이 될 거니까 많이 알려줘라”라고. 지금 생각하면 창피한 얘기야. 그때부터 넌 참 대단했잖아. 고1 때부터 종별대회에서 2, 3학년 형들을 다 이겼지. 그저 그런 선수에 불과했던 나에게 넌 우러러보는 존재였어(웃음).
그 시절 육상 선수라면 누구나 베이징 올림픽과 대구세계육상선수권 출전을 꿈꿨지. 100m 한국 신기록 달성은 말할 것도 없고. 30년 넘게 깨지지 않던 그 한국 신기록, 육상을 포기할 때까지도 난 솔직히 그 기록이 영영 안 깨질 줄 알았어. 그런데 그 기록을 네가 깨더라.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9초대 목표기록을 새긴 반지를 끼고 리우로 간다는 얘기도 들었어. 입에서 절로 “진짜 멋있다”라는 말이 나오더라.
생각해보면 불가능을 먼저 규정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게 없는 것 같아. 스스로 실패한 육상 선수라고만 생각했던 내가 그랬지. 올림픽은 내 인생에 다신 없을 줄 알았어. 봅슬레이를 시작하고도 ‘메달도 못 딸 텐데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나’ 고민도 많았고. 그런데 육상으로 못 나갔던 올림픽, 봅슬레이로 꼭 한 번 나가겠다고 땀을 쏟다 보니 어느새 소치 올림픽에 내가 있더라.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운동선수로서 영광이었던 그 순간을 경험했기에 지금까지 계속 달릴 수 있었던 것 같아. 다음 시즌에도 세계랭킹 1위 자리 뺏기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되고.
비시즌인 요즘엔 우리도 육상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어. 스타트 기록을 0.1초라도 줄여야 하거든. 매일 밖에서 뛰다 보니 살도 새카맣게 탔어. 선수촌에 있으면 리우 올림픽 준비하는 선수도 많이 보여서 더 자극이 돼.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는지 한참 남은 것 같았던 리우 올림픽도 이제 코앞이네.
나도 처음 올림픽에 나갔을 때 정말 신기했는데, 한국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100m에 자력으로 나서는 너는 얼마나 기대가 될까. 휴, 상상만 해도 내가 다 떨려. 하지만 누구보다 잘할 거라 믿어.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했던 세계선수권에 올림픽까지, 결국 너는 다 해냈잖아. 네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P.S.(서영우와 함께 훈련하는 동료들이 전하는 파이팅입니다.)
올림픽은 평소보다 기량을 더 발휘할 수 있는 무대예요. 후회 없이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랍니다.(봅슬레이 국가대표 원윤종)
올림픽이 큰 대회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생각보다 별것 아닐 거예요.(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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