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 최나연(28·SK텔레콤)은 4년 전 이맘때 동갑내기 친구인 여자배구 월드 스타 김연경(터키 페네르바흐체)과 약속을 했다. 당시 프랑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에비앙 마스터스를 마친 최나연은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김연경을 응원하러 영국 런던에 갔다. 최나연은 “연경이에게 골프가 정식 종목이 되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는 함께 출전하자며 손가락을 걸었다”고 말했다.
4년 뒤 두 선수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리우에서의 만남은 성사됐다. 대표팀 주장으로 한국을 올림픽 본선으로 이끈 김연경은 리우에서 결전에 대비한 마지막 컨디션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 여자골프가 워낙 강해 하늘의 별따기에 비유된 올림픽 출전 자격을 따내지 못한 최나연은 그 대신 방송 해설위원으로 리우에 가게 됐다. 최나연은 “며칠 전 연경이가 ‘넌 태극마크도 못 땄느냐’고 놀리더라. 그래서 나도 가긴 가는 거 아니냐고 큰소리쳤다”며 웃었다. 국내에 머물고 있는 최나연은 다음 주 리우에 도착한다.
두 선수는 리우에서의 재회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최나연은 “리우에 가면 연경이 응원하러 꼭 배구장에 가고, 따로 만날 시간도 갖기로 했다. 한국 여자배구가 런던 올림픽에서 4강에 오르는 장면을 지켜본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더 나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 그동안 많은 땀을 흘린 만큼 메달을 건 연경이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런던 올림픽 때 나연이 배구 입장권을 내가 구해줬는데 리우에서도 그래야 할 것 같다. 4년 전 런던에서처럼 실컷 수다 떨 시간이 있어야 할 텐데”라고 말했다. 김연경은 또 “나연이가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해도 한국 여자골프 대표팀 감독과 선수 명단을 보니 드림팀이더라. 나연이의 해설도 볼만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종목도 다르고 걸어온 길도 다른 두 선수가 가까워진 것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스포츠클리닉에서 우연히 만나면서부터다. 최나연은 “골반과 허리 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트레이너에게 소개받은 연경이가 같은 나이지만 키(192cm)가 너무 커서 나도 모르게 존댓말을 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1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운동인 골프와 달리 배구는 팀워크가 중요한 단체 스포츠지만 서로 통하는 게 많았다는 게 최나연의 설명이다. 최나연은 “난 말수가 적은 편이었는데 활발한 연경이를 통해 성격까지 변했다”고 고마워했다. 김연경 역시 “재활하면서 좋은 친구가 생겼다. 나연이가 철은 좀 없는데(웃음) 주변 친구들을 잘 챙긴다”고 말했다.
최나연은 미국에서 활동하고, 김연경은 터키를 비롯한 해외 코트를 주름잡고 있어 평소 서로 만날 기회는 적다. 그래서 휴대전화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고 있다. 두 선수 모두 보이시한 이미지를 지닌 것도 닮았다. 최나연은 김연경이 국내 리그에서 뛸 때 자주 경기를 보러 갔다. 김연경은 2년 전 유행한 아이스버킷 챌린지에서 최나연을 지목하기도 했다. 최나연은 “예전에 연경이가 우리 집에 놀러 왔는데 침대 밖으로 발이 삐져나오더라. 리우 올림픽 선수촌 침대도 작다고 들었는데 고생하지 않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연경과 최나연은 새로운 공동 목표도 공개했다. “4년 후 2020년 올림픽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 그때 우리 손잡고 가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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