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가 돌아왔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여자골프대표로 나설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당당한 여제의 위용을 되찾아 다시 필드에 섰다.
왼손 손가락 부상(중수지수근골관절 인대손상)에서 회복한 박인비가 5일부터 제주 오라골프장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마스터스(총상금 5억원)에서 올림픽 예비고사를 치른다. 6월 1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PGA위민스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하고 필드를 떠난 이후 56일만의 복귀다.
그 사이 많은 걱정과 우려가 동시에 흘러나왔다. ‘일부러 올림픽에 나가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7월 11일 올림픽 최종 엔트리 발표 직후 출전의사를 밝히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대회를 하루 앞둔 4일 오랜만에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박인비는 “한 달 이상 재활 훈련을 열심히 받았고 많이 좋아진 상태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언제 코스에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였지만, 지금은 실전 라운드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지금까지 준비하고 경험한 것들을 올림픽에서 모두 쏟아 붓는 것”이라며 현재의 몸 상태와 올림픽을 향한 마음가짐을 밝혔다.
우려했던 부상은 많이 좋아진 상태다. 박인비는 “통증은 아직도 남아있다. 그러나 그 전에 비하면 반 이상 없어졌고, 18홀 라운드를 하는 데 무리가 없다. 6월 컨디션이 20∼30%였다면, 지금은 80% 정도 된다. 선수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부상은 안고 경기를 한다. 지난 10년 동안에도 그런 경험이 많았다”며 건재를 알렸다.
올림픽에 향한 포부도 밝혔다. 박인비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돌아왔고, 힘든 가시밭길을 걸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쉬운 길만 걸어오지 않았다. 불가능한 일을 이뤄낸 적도 많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모든 영광을 누렸다.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명예의 전당에 가입하면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올림픽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올림픽’이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어려서부터 올림픽을 꿈에 그렸던 건 아니다. 어쩌면 골프선수에게 올림픽은 생소한 무대다. 또 112년 만에 다시 열리는 만큼 어떤 무대가 될지 감히 상상도 못해봤다. 메이저대회와는 또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를 대표해서 출전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된 일이고,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모든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라고 생각한다. 올림픽 출전을 결정한 것도 선수로서 꼭 한번 오르고 싶은 무대였기 때문이다”고 얘기했다.
박인비가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다면 메달 전망은 밝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경쟁자들이 많이 나타난 것 또한 사실이다. 박인비는 “아무래도 요즘 좋은 경기를 하고 있는 리디아 고를 비롯해 아리야 쭈타누간, 브룩 핸더슨 등이 경쟁자가 될 것 같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준비는 완벽하다. 최근 한 달 동안 국내에 머물며 개인훈련을 해왔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 충분히 실전 경험을 쌓은 뒤 10일 브라질로 떠날 예정이다. 이어 18일 여자골프 개막까지 5∼6일 동안 현지에서 적응훈련을 하며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간다. 박인비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고 과정에 충실했다. 결과가 어찌됐든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고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