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인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선수들은 많은 개인 생활을 포기한다. 사격 대표팀의 새신랑 한승우(33·kt)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위해 신혼여행을 미뤘고, 예비 신랑 김종현(31·창원시청)은 아예 결혼식을 올림픽이 끝난 뒤 하기로 했다.
○ 아내와 처남을 위해
남자 50m 권총에 출전하는 한승우는 사격 대표팀 출국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16일 결혼했다. 아내는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2관왕인 김청용(19·한화갤러리아)의 누나 김다정 씨(25)다.
“동생과 남편이 나란히 올림픽에 나갔으면 했는데…. 그래도 나이가 더 많은 남편이 마지막일지 모르는 기회를 잡아 다행이네요.”
김 씨는 4월 국가대표 선발전 때 두 사람을 동시에 응원했다. 하지만 한승우만 2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5위로 고배를 마신 김청용은 출국을 앞둔 한승우에게 “매형, 꼭 잘하고 와야 해요”라며 건투를 빌었다.
한승우와 김 씨의 만남은 김청용 덕분에 이뤄졌다. 2년 전 김 씨는 동생이 집에 놔두고 간 물건을 가져다주기 위해 인천 아시아경기 미디어데이 행사장을 찾았다. 진종오와 사진을 찍은 김 씨는 아시아경기 대표가 아니었지만 동료를 응원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던 한승우에게도 사진을 찍자고 했다. 한승우는 “나는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해서 사진을 찍어도 쓸모가 없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김 씨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이후에는 상황이 뒤바뀌었다. 적극적인 김 씨의 모습에 반한 한승우가 집요하게 구애 작전을 편 것. 김 씨는 “남편이 휴가만 되면 청주에 있는 우리 집으로 찾아와 밥을 먹자고 했다. 2년 동안 청주의 맛집은 모두 찾아간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한승우는 어린 시절에, 김 씨는 19세 때 아버지를 잃었다. 둘 모두 첫째라는 공통점도 있다. 김 씨는 “자신이 집을 꾸려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 속에 힘들게 선수생활을 해 온 남편이 꼭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승우는 결혼식을 치른 뒤 이틀 밤만 신혼집에 머문 후 대표팀에 합류했다. 부부는 올림픽과 전국체육대회가 끝나는 11월 이후에 신혼여행을 가기로 했다. 김 씨는 “동생을 오랫동안 지켜봤기 때문에 사격 선수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금빛 프러포즈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50m 소총3자세에서 은메달을 딴 김종현은 리우 올림픽이 끝난 뒤인 10월 29일 결혼식을 올린다. 예비 신부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여자 50m 소총복사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권나라(29·청주시청)다. 김종현은 “리우 올림픽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딴 뒤에 멋지게 정식 프러포즈를 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둘은 2년 전 슬럼프에 빠진 권나라를 김종현이 다독여주면서 ‘커플’로 발전했다. 권나라는 “운동을 그만둘까 고민이 많던 시기였다. 오빠가 사격 팁 등을 알려주면서 흔들리는 내 마음을 잡아줬다”라고 말했다.
혼자 결혼 준비를 하고 있는 권나라는 “치안 등 브라질의 상황이 좋지 않으니 오빠가 건강하게만 돌아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휴대전화에 예비 신랑을 ‘로또’라고 저장해 둔 권나라는 “사실 얼마 전에 오빠가 올림픽 결선에 들어가는 꿈을 꿨다. 그런데 결선에서 어떤 점수를 받는지는 꿈속에서도 떨려서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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