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2016 리우올림픽]한국 vs 피지 축구 폰치 노바 경기장
경기시작 1시간전부터 모인 50여명… 교민들과 춤추고 태극기 흔들며 응원
“한국 조별리그 전부 응원할거예요”
한국과 피지의 올림픽 남자축구 경기가 열린 5일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폰치 노바 경기장.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붉은색 옷을 입거나 ‘케이팝(K-pop)’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반팔 티를 입은 브라질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이들은 경기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서툰 한국어 발음으로 “대한민국”을 외치며 즐거워했다.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축구장을 찾은 브라질 한류 팬들이었다.
통상 한국 축구 방문경기에는 현지 교민을 중심으로 응원전이 펼쳐진다. 그러나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조별리그 1, 2차전이 열리는 사우바도르에는 한국 교민이 20여 명에 불과해 응원단을 구성하기조차 어렵다. 이 때문에 재브라질 대한체육회는 케이팝에 매료된 브라질 한류 팬 50명을 초청했다. 한병돈 재브라질 대한체육회장(55)은 “동남아시아처럼 브라질에서도 케이팝의 열기가 뜨겁다. 한국 노래 공연이 있을 때 적게는 2000명, 많게는 1만 명 정도의 브라질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고 말했다.
브라질 한류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한국 가수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과 싸이 등이다. 방탄소년단 팬이라는 아나 디에드리히 씨(23·여)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나라에서 온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만큼 월드컵 결승에 오른 브라질을 보러 온 것처럼 신나게 응원했다”고 말했다.
브라질 한류 팬들은 응원을 위해 상파울루에서 사우바도르로 건너온 교민 100명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면서 경기를 지켜봤다. 일부 한류 팬은 경기장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지자 흥겹게 춤을 췄다. 한 회장은 “브라질 사람들은 비가 오는 날에 외출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그러나 한류 팬들은 자국 경기가 아닌데도 빗속을 뚫고 경기장을 찾아오는 열정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류 팬들은 한국의 조별리그 전 경기를 찾아 열띤 응원전을 펼칠 계획이다.
브라질의 한류 열풍은 리우데자네이루에서도 느껴졌다. 양궁장의 한 자원봉사자는 “걸그룹 에프엑스(f(x))의 팬이다. 에프엑스 노래 가사를 따라 부르다 한국말도 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림픽 빌리지에서 출입증 검사를 담당하는 한 자원봉사자는 기자를 10분 이상 붙잡고 “걸그룹 씨스타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들리면 가장 먼저 알려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한류 열풍 덕분에 브라질 내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도 뜨거워졌다고 한다. 한 회장은 “브라질에서 한국어능력시험을 보는 사람이 연간 1만 명에 달한다”며 “최근에는 브라질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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