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남북자매 ‘경기장 단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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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2016 리우올림픽]남북
南이은주-北홍은정 예선 같은조… 이은주 “언니 대단해요” 서로 응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 7일(현지 시간)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여자 기계체조 개인종합 예선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 이은주(17)가 선택한 음악이 아니었다. 같은 조에 속한 북한의 홍은정(27)이 고른 곡이었다. 홍은정은 이날 마루 종목에서 아리랑을 편곡한 음악을 배경으로 해서 경기를 펼쳤다.

조 추첨에서 혼합 그룹 1조에 함께 배정된 홍은정과 이은주는 예선이 진행되는 105분 동안 붙어 다녔다. 사흘 전 훈련 때도 두 선수는 함께 셀카를 찍는 등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었다. 당시 미국 야후스포츠는 두 선수가 함께한 모습을 전하며 ‘올림픽의 힘’을 언급하기도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뜀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홍은정은 리우 올림픽에서도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시몬 바일스(19·미국)의 5관왕(4개 종목+개인종합) 달성을 견제할 대항마로 꼽힌다.

이날 홍은정은 이은주와 경기 내내 환한 미소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응원했다. 홍은정은 이은주가 경기를 마칠 때면 박수를 치며 격려했고 미끄럼 방지를 위해 손에 칠하는 탄산마그네슘을 건네기도 했다. 뜀틀 경기를 마친 뒤 한국의 최정열 코치가 손을 내밀자 함께 하이파이브를 한 홍은정은 “잘하라”는 최 코치의 말에 “감사합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은주는 경기를 마친 뒤 “(홍은정을) 아시아선수권 때 봤고 TV에서도 많이 봤는데 오늘도 실력이 대단했다. 보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주 종목인 뜀틀에 주력하기 위해 이날 뜀틀과 마루 두 종목에만 출전한 홍은정은 마루에서 12.533점으로 71위에 그쳤지만 뜀틀에서는 15.683점을 얻어 바일스(16.050점)에 이어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은주에게 이끌려 사진기자 앞에 섰던 홍은정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거치지 않고 바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기자와 몇 차례 눈이 마주치자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은주는 이날 마루 12.566점(68위), 뜀틀 12.800점(78위), 이단평행봉 13.500점(57위), 평균대 12.533점(70위)을 기록해 각 종목 상위 8명에게 주어지는 결선 티켓 확보에 실패했다. 이은주는 개인종합에서도 예선 53위(51.399점)로 24위까지 나가는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고임(16)이 브라질 현지 훈련 중 왼팔 골절 부상을 입어 대신 출전 기회를 잡은 이은주는 “이렇게 올림픽에 나오게 될 줄 몰라 실감이 안 났다. 많이 떨렸는데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라며 자신의 생애 첫 올림픽 경기에 90점을 줬다.

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체조#이은주#홍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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