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고사하고 하루하루 힘겹게 사는 리우의 한 파벨라에서 아버지는 5살 된 자신의 딸에게 유도를 배우게 했다. 범죄가 가득한 이 곳에서 딸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19년 뒤 소녀는 조국에서 열린 올림픽에 출전했고, 브라질에 대회 첫 금메달을 선물했다. 리우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금메달리스트 하파엘라 실바(24)의 이야기다.
9일 열린 결승전에서 실바(세계랭킹 11위)는 세계랭킹 1위인 몽골의 수미야 도르수렌진(25)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4년 전의 아픔을 날려버린 ‘깜짝 승리’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실바는 규정 위반으로 실격했다. 이후 실바는 브라질 누리꾼들의 악플에 시달렸다. 누리꾼들은 흑인인 그를 원숭이에 빗대며 올림픽에 출전시킬 게 아니라 (동물)우리에 가둬야 한다고까지 조롱했다. 가족까지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팬들의 끔찍한 비난에 실바는 큰 충격을 받아 한동안 유도를 그만두기까지 했다.
그를 다시 매트에 서게 만든 사람은 실바의 코치와 실바를 도왔던 한 심리학자였다.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면서 실바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멀리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어떤 악플에도 대꾸하지 않은 채 훈련에 전념했고, 이날 금메달로 악플에 대한 답을 대신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실바의 승리는 브라질에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실바는 파벨라 출신, 흑인, 여성 등 브라질의 가장 소외된 계층을 대변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메달 수여식 때 브라질 국기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을 보며 실바가 눈물을 흘리자 많은 브라질 관중들도 함께 울었다. 실바는 “파벨라에선 목표를 가진 사람이 별로 없다”며 “(파벨라의) 아이들도 꿈을 이루는 일이 가능하다는 걸 내가 보여줄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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