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2016 리우올림픽]올림픽서 자존심 회복 바라는 팬들
2연속 무승부 졸전에 인내심 잃어… 이름값 못하는 네이마르 집중 포화
“2연승 여자팀 주장에게 배워라”… 대표팀의 상징 노란유니폼도 수난
“브라질 남자축구가 ‘슬로 스타터(발동이 늦게 걸리는 팀)’라는 것도 이제 옛말이다.”
7일 한국과 독일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축구 C조 경기가 열리기 전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폰치 노바 경기장에서 만난 브라질 기자의 말이다. 이틀 전 벌어진 리우 올림픽 A조 1차전에서 브라질은 1명이 퇴장 당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졸전 끝에 0-0으로 비겼다. “슈퍼스타 네이마르(24)가 2차전부터 맹활약하지 않겠느냐”고 위로하자 그는 “네이마르는 펠레처럼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이 없다. 2차전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며 고개를 저었다.
슬픈 예측은 현실이 됐다. 브라질은 8일 이라크와의 2차전에서도 0-0으로 비겨 8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주장 완장을 찬 네이마르는 또다시 무득점에 그쳤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에서 독일에 1-7로 참패를 당한 뒤 2016년 남미축구선수권대회에서도 29년 만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브라질이 올림픽에서마저 부진을 이어가자 브라질 팬들은 인내심을 잃었다. 브라질리아에 거주하는 브루노 베세하 씨(37)는 “지카 바이러스, 강도에 대한 걱정보다 브라질 축구가 완벽히 몰락하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브라질 언론과 팬들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선수는 네이마르다. ESPN 브라질은 “탐욕스러운 네이마르가 올림픽 대표팀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라크전에서 브라질 팬들은 네이마르 대신 여자 올림픽 대표팀의 주장인 마르타의 이름을 연호했다. 브라질 여자 대표팀은 리우 올림픽에서 2연승으로 8강 진출을 확정했다. 여자 대표팀은 두 경기에서 마르타의 2골을 포함해 8골을 몰아쳤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네이마르 유니폼을 입은 학생들이 마르타에게 축구 강의를 듣고 있는 합성 사진과 네이마르의 이름을 지우고 마르타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카나리아 군단’(브라질 대표팀의 애칭)의 상징인 노란색 유니폼도 수난을 겪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이후 실망감을 느낀 상당수 팬은 대표팀 경기를 응원하러 갈 때 유니폼을 입지 않았다. 그 대신 이들은 지우마 호세프 정권의 부패에 항의하기 위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시위에 나섰다.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금메달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는 팬이 늘었지만 2경기 연속 대표팀이 부진하면서 유니폼 착용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유학생 김민수 씨(32)는 “형편없는 국가대표의 경기를 보기 위해 노란색 유니폼을 입는 것보다는 차라리 정권의 무능함을 꼬집는 시위를 위해 입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브라질 친구가 많다”고 전했다.
월드컵 최다 우승국(5회)인 브라질은 자타가 공인하는 ‘축구의 나라’다. 화려한 개인기로 무장한 브라질은 세계 축구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인기보다 조직력이 강조되는 세계 축구계의 흐름에 거액의 연봉을 좇아 유럽과 남미보다 수준이 낮은 리그로 진출하는 유망주가 늘면서 브라질 대표팀의 기량이 떨어졌다. 홈메우 쿠엘라르 씨(29)는 “약체 팀을 상대로도 이기지 못하는 대표팀은 브라질의 위상을 떨어뜨렸다. 대표팀에 대한 희망을 버린 국민이 태반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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