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와 메달에 관계없이 박수를 받는 선수들이 있다. 1등은 아니지만 그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느껴지기 때문에, 관중은 경기 시작 전부터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올림픽이 아름다운 것은 세계적인 선수들의 화려한 모습과 함께 이런 감동이 곳곳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여자 럭비대표팀 주장인 질리언 포터(30)는 3기 암과 전신마비 직전까지 가는 척추 골절상을 딛고 올림픽에 출전했다. 포터에게 쏟아진 박수와 찬사는 올림픽 5위라는 성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명예로운 상이다.
2014년 포터는 관절 부위 등에 생기는 암의 일종인 ‘활막육종’ 3기 진단을 받았다. 포터는 당시 항암 치료를 “지옥 같았다”고 회상했다. 방사선 치료를 받는 동안 몸무게가 10kg이나 줄 정도. 의사가 10kg이 더 줄 수 있다고 하자 포터는 치료 기간 내내 되도록 피해야 할 고칼로리 음료를 마셔가며 체중 저하를 막았다.
1년여 만에 완치 판정을 받고 필드로 돌아온 포터는 이전에도 선수 생명이 끝날 뻔한 적이 있었다. 2010년 럭비 여자 월드컵에 출전했을 때 구르는 볼을 다투다 상대 선수에게 깔려 목뼈가 부러졌던 것. 의사는 “5번 경추(목뼈) 골절에 인대도 찢어지고 디스크도 튀어나왔다”며 “전신마비가 올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다행히 운이 좋아 수술 후 1주일 만에 목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포터는 이를 악물고 재활에 매달려 6개월 뒤 필드에 섰다.
태국 복싱 대표로 출전한 암낫 루엔로엥(37)은 2005년 강도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받고 수감됐다. 하지만 교도소에서 복싱을 시작하며 인생이 바뀌었다. 수감 전 무아이타이 훈련을 받았던 그는 복싱에 빠르게 적응했고, 1년 반 만에 수감자 신분으로 출전한 태국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태국 정부는 그를 가석방시키고 국가대표 복싱 선수로 발탁했다. 그렇게 출전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8강까지 올랐던 그는 8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리우 올림픽에서 1차전을 승리한 루엔로엥은 두 번째 경기에서 프랑스의 소피안 오우미하에게 패하며 올림픽 메달은 무산됐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루엔로엥은 “범죄자이던 나를 나라가 바꿔줬다”며 “이제는 내가 나라를 위해 지치지 않고 뛸 차례”라고 말했다.
콜롬비아의 역도 대표 오스카르 피게로아(33)도 차량 절도 혐의로 1년 6개월을 복역했던 전과자 출신이다. 그는 9일 리우 올림픽 역도 남자 62kg급 경기에서 합계 318kg을 들어 올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직후 신발을 벗고 바벨에 입을 맞추며 눈물을 흘린 피게로아는 “내 삶의 일부였던 역기와 이제는 작별한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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