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질문에 침묵 일관…경호 강화
김정은 금5 주문에도 은2 그쳐 초조
역도 은 따고도 질책받은 엄윤철… 한국 역도 관계자와 셀카 찍기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얼굴이 점점 굳어가고 있다.
최 부위원장은 9일(현지 시간) 양궁경기장을 찾아 북한 여자 대표 강은주(21)의 경기를 지켜봤다. 강은주는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유일한 북한 양궁 선수다. 경기가 끝난 뒤 최 부위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한국 취재진이 모여 들기 시작했다.
이틀 전 역도경기장에서 한국 기자들을 지나쳐 조용히 빠져나갔던 최 부위원장 일행은 이날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한국 언론 사이에서 취재 경쟁이 심해지자 경호 레벨도 올라간 것 같았다. 일행 중 한 명은 한국 기자들에게 “어디서 왔느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경호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한국 기자도 있었다. 취재진이 어떤 질문을 던져도 최 부위원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취재 경쟁만 최 부위원장을 곤혹스럽게 하는 건 아니다. 북한이 강세를 보이는 올림픽 역도 경기가 열린 사흘 동안 북한은 은메달 2개를 따는 데 그쳤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금메달을 5개 이상 주문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체육 강국 건설’을 목표로 내세웠기 때문에 리우에서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최 부위원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스포츠 외교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것도 최 부위원장에게는 부담이다. 최 부위원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행사장에 여러 차례 모습을 드러냈을 뿐 주요 국가 관계자들과는 별다른 교류가 없는 상태다. 조선중앙통신은 최 부위원장이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과 따로 만났다고 보도했지만 브라질 정부에서는 이를 부인했다.
반면 역도 남자 56kg급에서 올림픽 2연패에 실패하며 최 부위원장에게 질책을 받았던 엄윤철(25)은 갈수록 표정이 밝아지고 있다. 북한 동료 선수들의 연습 장면을 지켜보러 왔다가 한국 역도 관계자들과 함께 ‘셀카’를 찍을 정도다.
윤석천 한국 역도 대표팀 감독은 “엄윤철과는 국제 대회에서 만난 일이 많아 비교적 친한 사이인데, 연습장에서 우연히 마주쳐 ‘힘내라’고 얘기했더니 ‘괜찮다’고 하더라”며 “혹시라도 안 좋은 일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표정이 밝은 걸 보면 별 탈이 없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