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25m 권총 결선 진출에 실패하자 아쉬워하는 사격 대표팀의 김장미.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명랑 소녀’ 김장미(24·우리은행)는 경기가 끝난 뒤 사진을 찍을 때면 대부분 사각형 가리개가 달린 사격 안경을 쓰고 카메라 앞에 선다. 한창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나이인데도 투박한 안경을 벗지 않는 데는 남모를 아픔이 숨어 있다.
김장미는 10일 “사시 증세가 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 안경을 쓰고 사진을 찍어왔다”며 “(사시 증세로) 총을 쏠 때 조준선이 흔들리면서 10발 중 1발은 실수가 나오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경기 때마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집중해서 격발을 하려고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김장미는 4년 전 런던 올림픽 여자 25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딸 때도 같은 증세가 있었지만 자신만의 노하우로 난관을 극복했다. 김장미는 “표적을 응시한 뒤에 빠르게 격발을 하고 나서 표적이 아닌 다른 곳을 보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장미의 사시 증세는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조준선 정렬이 생명인 사격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김장미는 “성적을 1점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올겨울에 수술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장미는 이날 올림픽 사격센터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25m 권총 본선에서 9위(582점)에 머물러 8명이 나서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김장미는 급사 세 번째 시리즈(10발) 마지막 세 발 중 한 발을 8점(만점 10점)을 쏘는 실수를 했다. 9점을 쐈다면 결선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충격이 컸다. “사시 증세 때문에 생긴 실수가 아니냐”고 묻자 김장미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 모든 어려움은 내가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런던 올림픽에서 ‘깜짝 금메달’을 딴 뒤에 톡톡 튀는 발언과 명랑하게 웃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던 그였지만 리우 올림픽은 눈물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김장미는 “4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울면서 대회를 마쳤다. 아직도 경기가 더 남아 있는 느낌이 드는데…. 도쿄 올림픽이 열리기까지 4년을 더 어떻게 기다려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부진했던 원인에 대해 “올림픽 2연패에 대한 부담이 독이 됐다. ‘긴장하지 말자’를 수차례 반복하다가 진짜로 긴장해 버리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아쉬워했다. 당초 올림픽이 끝난 뒤 해외여행을 가려고 했지만 이번 대회의 부진으로 망설여진다고도 했다.
김장미는 “빨리 이곳을 벗어나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집에는 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 정향진 씨(48)가 있다. 정 씨는 4월 갑상샘암 수술을 받았지만 올림픽을 앞둔 딸이 걱정할까 봐 알리지 않았다. 김장미는 정 씨가 병원에 입원한 소식을 지인을 통해 전해 들었다. 정 씨는 “당시 장미가 ‘어차피 알게 될 일을 왜 숨겼느냐’며 화를 냈다. 항상 혼자서도 당당하게 일을 해내는 아이라 많이 못 챙겨줘서 너무 미안하고 안쓰럽다”고 말했다.
김장미는 도쿄 올림픽까지 남은 기간 동안 더 강한 사격 선수가 돼 다시 한 번 올림픽 무대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수술도 받기로 결심한 만큼 몸과 정신이 더 강해진 김장미가 되겠습니다. 하하.”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