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31)가 세계 수영 역사를 계속 새로 쓰며 ‘수영 황제’를 넘어 ‘수영의 신(神)’이 되고 있다. 펠프스는 10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접영 200m 결선에서 1분53초36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 패드를 찍은 뒤 1시간 뒤 벌어진 남자 계영 800m에서도 동료 3명과 함께 금메달을 일궈냈다.
앞서 열린 남자 400m 계영 금메달을 포함해 이번 대회 3관왕에 오른 펠프스는 4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21개를 땄다. 그는 은메달과 동메달 2개씩을 포함해 올림픽에서 총 25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역대 올림픽 개인 최다 금메달 및 최다 메달 기록이다.
펠프스는 접영 200m 금메달로 올림픽에서 한 종목에서만 4회 연속 메달을 딴 최초의 수영 선수가 됐다.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챙겼다. 수영 최고령 금메달 기록도 갈아 치웠다. 이날 만 31세 40일의 나이에 금메달리스트가 된 펠프스는 1920년 안트베르펜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에서 만 30세의 나이에 금메달을 딴 듀크 카하나모쿠(미국)의 기록을 넘어섰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펠프스를 역대 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종목의 선수들 중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았다
여섯 살 때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던 그가 유일하게 몰입한 건 수영이었다. 얼굴에 물이 묻는 게 싫어 배영을 배우다 수영의 재미를 알게 된 펠프스는 철저한 몸 관리와 강한 승부욕, 집념으로 한계를 깨 나갔다.
펠프스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미국 대표 선발전 때부터 훈련장은 물론이고 자신의 침대에 목표 기록을 적은 종이를 붙여 놓고 매일 수십 번씩 바라보며 의지를 키웠다. 경쟁자들의 훈련 방법도 흡수했다. 2001년 전미선수권대회 접영 200m에서 만 15세 9개월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세계 신기록을 세울 당시에는 라이벌이었던 ‘인간 어뢰’ 이언 소프(34·호주)를 롤 모델로 삼아 소프가 했던 훈련 방법과 기자 회견 노하우까지 따라 했다.
훈련량도 엄청나다. 매일 하루에 1만 m 수영은 기본. 여기에 일주일에 3번씩 45분 이상 사이클 훈련을 하면서 하체를 단련했다.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는 ‘달인’ 수준이다. 그가 변형해서 만들어낸 방법만 30∼40가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심폐 기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지대와 같은 저산소 환경을 만들어놓고 잠을 자기도 한다.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기 위해 그는 일부러 대식가가 됐다. 현재도 평균 남성 1일 섭취량(2000Cal)의 6배(1만2000Cal)쯤 먹는다. 미국의 수영 기자들은 샌드위치, 시리얼, 팬케이크를 엄청나게 먹는 펠프스의 아침 식단을 보고 “‘굿모닝’이라는 인사가 나오지 않을 정도”라고 혀를 내두른다.
승부사 기질도 그를 자극했다. ‘최고 선수∼’라는 제목으로 동료 국가대표 선수들을 다룬 기사는 무조건 인쇄해 보며 “내가 추월하겠다”고 다짐했다.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슬럼프에 빠지면 오랜 코치이자 스포츠심리학자인 밥 보먼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풀어낸다. 정신적으로 피로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자신에 대한 좋지 않은 기사 등은 절대 보지 않는다.
펠프스는 “오랫동안 스스로를 로봇이라고 생각해 왔다. 인간관계를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을 혹독하게 단련시켜 왔다. 펠프스는 여전히 “집에 머무는 건 싫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수영장”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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