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의 리우 엿보기]공공연한 암표 거래… 경찰은 보고도 모른척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1일 03시 00분


기자가 한 암표상에게 티켓 묻자 주변서 하나 둘 접근 본심 드러내
매표소 앞에서도 버젓이 흥정, 펠프스 출전 경기는 수배 요구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매표소 한가운데에서 티켓값을 흥정하고 있는 암표상(오른쪽). 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매표소 한가운데에서 티켓값을 흥정하고 있는 암표상(오른쪽). 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꿈의 무대 올림픽에서 엉뚱한 꿈을 이루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현지의 암표상들입니다. 10일 올림픽파크를 빠져나오다 매표소 근처에 진을 치고 있는 그들을 만났습니다. 냉큼 AD카드(출입증)를 가방에 집어넣고 일반 관광객으로 가장해 그들에게 다가갔습니다.

A4용지에 브라질과 스페인 남자 농구 경기 티켓이라고 써놓은 암표상에게 미국 대표팀 경기 티켓을 원한다며 말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관광객으로 보였던 사람들까지 기자 주변으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암표상들이었습니다. 티켓은 몇 장을 원하느냐, 가격은 얼마까지 생각하고 왔느냐며 꼬치꼬치 물었습니다.

놀라운 건 암거래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이 같은 거래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매표소 주변을 지키던 경찰들은 협상 장면을 보고도 모른 체했습니다. 올림픽 스태프들의 반응 또한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경찰은 암표상 조직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심지어 매표소 줄 한가운데에서 협상을 하는 암표상도 있었습니다.

암표상도 다양했습니다.

티켓 한 장을 달랑 들고 와서 판매하려는 영세 상인이 있는 반면 스마트폰으로 동료와 수시로 연락을 취하며 티켓을 파는 암표상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들의 체계적 판매 구조는 생각보다 치밀했습니다. 포르투갈어를 모른다는 기자의 손동작에 한 암표상은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따로 있다며 동료 한 명을 불러왔습니다. 미국 달러도 통용됐습니다. 달러로 거래가 가능하냐고 묻자 스마트폰 계산기를 두들겨 ‘1달러당 3.25헤알’ 환율을 적용해 기자에게 가격을 제시했습니다. “경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기자의 선택을 재촉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농구는 물론이고 테니스, 배구, 다이빙까지 티켓의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암표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인 티켓 가격을 묻자 “350헤알인 남자 농구 A등급 좌석 티켓을 500헤알에 판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2만 원 정도의 티켓을 약 17만 원에 파는 셈입니다. 최근 미국의 수영 영웅 마이클 펠프스가 출전한 경기의 티켓 값은 많게는 수배가 뛰기도 했다고 합니다.

가짜 티켓이 의심되는 대목도 있었습니다.

220헤알짜리 남자 농구 B등급 좌석 티켓 2장을 500헤알에 팔겠다던 한 암표상은 기자가 시간을 끌자 350헤알짜리 티켓 2장을 더해 총 4장을 1000헤알에 주겠다는 황당한 제안을 했습니다. 원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티켓을 팔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문득 최근 가짜 직인이 찍힌 티켓이 암거래된다는 소식이 떠올랐습니다. 원가보다 싸게 티켓을 파는 이유를 묻자 그는 “시간이 없어서 경기에 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 뒤 기자가 수상쩍게 느껴졌는지 이내 사라져버렸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리우올림픽#암표상#가짜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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