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권창훈(22·수원)의 아버지 권상영 씨(57)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할 ‘신태용호’의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 직후 아들에게 “브라질과 결승전에서 맞붙게 되면 내가 현지로 응원하러 갈게”라고 말했다. 평소 숫기가 없고 말수가 적은 아들은 이날도 짧게 답했다. “자신 있어요. 아버지.”
득점력이 뛰어난 미드필더 권창훈은 ‘신태용호의 황태자’로 불린다. 그는 올림픽 대표팀뿐만 아니라 축구 국가대표팀(A대표팀)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하며 7경기에 출전해 3골을 터뜨린 에이스다. 신태용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평소 “권창훈은 우리 팀의 강점인 2선 공격진의 핵심 자원”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권창훈은 5월 포항과의 K리그 경기 중 아킬레스힘줄을 다친 뒤 좀처럼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재활에 매진한 끝에 최종엔트리에 포함 돼 브라질 땅을 밟았지만 올림픽 본선 조별리그 1, 2차전에서의 활약은 기대에 못 미쳤다.
약체 피지와의 1차전에서 1분 동안 2골(후반 17, 18분)을 넣긴 했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은 좋지 않았고, 패스 실수도 많았다. 독일과의 2차전에서는 무득점에 그쳤다. 그때마다 권창훈은 “아직도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다.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경기였다”며 아쉬워했다.
한동안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던 권창훈은 11일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부활했다. 그는 후반 32분 전매특허인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뜨려 한국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내내 파상 공세를 펼치던 지난 대회 우승팀 멕시코는 권창훈의 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모처럼 제몫을 다한 권창훈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미소가 번졌다. 권창훈은 “조별리그 1, 2차전보다 더욱 강한 정신력과 간절함을 갖고 멕시코전을 준비했다. 상대의 기세에 눌려 고전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브라질리아=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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